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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기다렸다...양종희, 'KB 회장' 꿈 이룰까

2017년·2020년 이어 세 번째 '회장 도전'...그룹 대표 '재무·전략통'

 

[FETV=권지현 기자] KB금융그룹 새 회장 후보군이 3명으로 압축되면서 후보 면면이 주목받고 있다.

 

'1961년생 동갑내기, 서울대 동문' 이력이 회자되고 있지만, 금융권은 KB손해보험 사장을 지낸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이번엔 회장 직함을 달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 부회장은 6년 전인 지난 2017년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3인 명단에 오른 바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양 부회장(개인고객·WM연금·SME부문장)과 허인 KB금융 부회장(글로벌·보험부문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호치민시개발은행) 회장을 낙점했다. 다음 달 8일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KB금융을 9년간 이끈 윤종규 현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윤 회장과 김경호 회추위원장이 공통적으로 내건 차기 회장의 자격 조건은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견인'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3조원에 육박한 당기순이익을 달성, 출범 15년 만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을 넘어 선진 금융시장을 개척하고, 인터넷은행·핀테크와의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등 그룹의 '지속'과 직결된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몇 년 새 높아진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자사주 매입·소각에 더 힘써야 하며, 수준 높은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ESG(친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자산·순익을 불리는 차원을 넘어 차기 회장에게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는 얘기다. 이번 KB금융 회장 후보 3인에 이목이 모이는 이유다.    

 

양 부회장은 '포스트 윤종규' 1순위로 꼽혀왔다.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덕에 윤 회장 성정을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이라는 평가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이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하던 시절 경영관리부장을 지냈으며, 2014년 윤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에는 전략담당 상무에서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KB국민은행과 함께 KB금융 핵심 계열사인 KB손보를 3연임하며 5년간 이끌었다. 윤 회장은 2021년, 그룹 부회장직을 10년 만에 부활시켜 그를 부회장 자리에 올려놓았다.  

 

양 부회장은 이미 2017년과 2020년 윤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재무·전략통 평가를 얻은 덕분이었다. 2017년에는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됐으나 인터뷰 면접을 고사했으며, 2020년에는 막판 3인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대신 이번 경쟁자인 김병호 회장과 허인 부회장이 당시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양 부회장으로선 6년 만에 3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다만 지주·보험사에서만 구력을 다져 은행 업무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은 양 부회장의 약점으로 꼽힌다. 허 부회장과 김 회장은 각각 국민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을 지냈는데, 통상 은행장은 지주 회장 후보 1순위로 통한다. 그렇다고 은행장 경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2010년 7월부터 3년간 KB금융을 이끈 어윤대 전 회장과 후임자였던 임영록 회장 역시 행장 경험이 전무했다.   

 

그룹서 유일하게 '세 번째 회장 도전'에 나선 이력이 양 부회장의 능력과 존재감을 말해주지만, 실적을 두고 허 부회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양 부회장은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 2016년 KB손보 사장에 올랐다. 취임 첫해와 이듬해 연순익 3000억원을 돌파, 그룹의 기대를 받았으나 임기 마지막해인 2020년에는 1639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업계 경쟁사인 현대해상이 2019년 KB손보와 비슷한 2681억원에서 2020년 23.3% 증가한 3319억원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업계 '빅4' 입지를 굳히고, KB손보가 그룹 순익 기여도 1위 비은행 계열사로 거듭나는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KB금융 회장직을 두고 경쟁하게 된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장 시절 연순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6년 연순익 9643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던 국민은행은 허 부회장이 수장이 된 2017년, 1년 새 126% 급증한 2조175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허 부회장은 행장 임기 마지막해인 2021년 2조5910억원을 달성하는 등 임기 5년 내내 2조원대 순익을 유지했다. 

 

금융권은 양종희·허인 부회장 2파전에 힘을 싣는 모양새지만 김병호 HD은행 회장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은 현재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수석 고문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기회 발굴과 실행을 지원하고 있으며, SK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KB금융에만 속해 있던 양·허 두 부회장과는 차별화되는 인적 네트워크와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2021년 1월 발간한 그의 저서 '황금률을 버려라'에서 "지금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며 "조금만 뒤처져도 역전의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어 "조직의 민첩성과 회복탄력성은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올해 1월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끈덕지고 담대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