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834/art_16926584721889_c09f21.jpg)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가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부담이긴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은 금통위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해 8월 2022년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뒤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며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인상을 먼저 종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1월 회의 때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 뒤 2월, 4월 5월, 7월 4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시기 연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폭인 2%p까지 벌어진 상태다.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우울한 경기 전망’ 때문이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불거져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기 힘든 데다 소비와 투자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금융시장 불안정성까지 겹쳐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에 부담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5%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14개월째 감소세다.
물가오름세가 둔화한 것도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싣는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2.7%)보다 내린 2.3%로 집계됐다.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3%까지 낮아졌다.
다만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은의 고민거리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대다수는 물가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내달 FOMC에서 금리를 0.25%p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차는 2.25%p로 더 확대된다.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국내 가계부채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앞서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한 데다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도 늘어날 예정이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이 좀 더 힘을 얻는 가운데, 시장은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에 좀 더 주목하려는 모양새다. 한은 총재가 내놓는 메시지는 향후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시그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잇단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 총재는 도리어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두며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간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목표인 2%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며 금통위원 6명 모두 향후 3개월 내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과 관련해 특단의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지도 관심사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원들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