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최근 불거진 부정행위 논란을 의식,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BNK경남은행의 서울 한 지점.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834/art_16925746831698_ee8778.jpg)
[FETV=권지현 기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해당 법정 사항이 실질적으로 흠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중략) 실제적으로 내부통제기준의 목적 즉 ‘내부통제기능’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함께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2심 판결)
불완전판매로 대규모 소비자피해가 발생하거나, 개별 직원의 일탈행위가 장기간 방치되는 등 금융권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은행들이 잇달아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미 수년 전 DLF, 라임·디스커버리·옵티머스 등 펀드 불완전판매와 대규모 횡령 등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던 은행권이 올해도 대형·지방 금융사 할 것 없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최고경영자(CEO)·임직원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제대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8일 은행·카드 등 11개 그룹사의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임원·부서장들이 모인 가운데 ‘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략 선포식’을 열었다. 신뢰받는 금융그룹이 되기 위한 전략을 선포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 리스크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 강화, 완전판매문화 정착,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강화 등 4가지를 전략과제로 수립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반기에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는 고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NK경남은행은 이달 16일 내부통제 강화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혁신을 위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외부 출신 위원장 등이 경영관리, 인사, 조직, 내부통제, 비용효율화 등에 대해 개선방향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어 행장 직속 내부통제분석팀도 신설, 내부통제현황 전반을 분석하고 관련 규정과 업무 실태 등을 원점에서 점검·개선하기로 했다.
앞서 NH농협금융은 지난달 준법감시협의회를 열고 계열사 내부통제 담당 임원들에게 영업 문화를 되돌아볼 것을 강조했다. 이석준 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금융회사의 자발적·능동적 내부통제 강화”라면서 “특히 빅블러·금융혁신의 시대에는 개별 금융사의 내부통제 수준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잇단 횡령·부당이득·불완전판매 등 부정행위로 사회적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들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점은 환영할 만하다. 주목할 점은 이들을 포함한 전 은행권이 관련 기구 설치 등 형식적·절차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여부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 제1항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배구조법 시행 만 7년이 지났고, 시행령 등 하위규정은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지기 위해 마련돼야 할 절차와 기준들을 다수 열거하고 있지만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CEO와 임직원의 의식과 행동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CEO조차 조직 내 내부통제 의식 고취보다 성과 중심 경영에 치중하는 모습”이라면서 “임직원의 경우에도 실제 내부통제 위반사건 처리과정에서 자신의 통제 노력을 설명하기보다 하급자의 위법행위를 알 수 없었다고 소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내부통제 운영방식의 실효성을 높여 은행권이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서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내부통제 규율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금융사의 자율적인 내부통제를 유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