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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권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연령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실효성과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초장기 주담대를 급증한 가계대출의 주원인으로 보고, 가장 확실한 방안인 '나이 제한'을 통해 대출 수요를 누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기대여명과 은퇴 연령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나이에 한계선을 두는 것은 너무 가볍게 내놓은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는 차주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근로·사업소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차주에게도 초장기 주담대를 내주는 게 맞느냐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확정되면, 정부가 주택금융기관을 통해 만 39세 이하 청년에게 공급하는 최장 40년 정책모기지 상품보다 제한폭이 5년 늘어나게 된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지난 1월 Sh수협은행이 내놓은 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도 잇달아 출시했다. 이중 신한은행만 만기 40년 이상 상품 대상을 만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 은행이 최근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한 달여 만에 1조원 넘게 시장에 풀렸다. 5대 은행이 이미 내놓은 최장 35년 만기 변동금리 주담대에 비하면 엄청난 흥행인데, 이는 초장기 주담대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폭발적이라는 방증이다.
문제는 당국이 급증하는 50년 만기 주담대 수요를 누르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카드가 '나이'라는 데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실효성과 역차별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의 평균 이사주기(주택보유기간)가 5년이고 장기 주담대 차주의 상환 기간은 평균 7.5년으로 만기가 오기 전에 대출을 갚는 게 일반적인 데다, '집'이라는 가장 확실한 담보가 있는데도 상환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연령만으로 대출 상품의 접근성을 낮추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앞서 당국이 1년 전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주담대 빗장을 잇달아 풀어 대출을 부추긴 만큼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국은 지난해 7월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완화, 규제지역 주담대 시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배제 긴급생계용도 주담대 대출한도 확대 방안 등을 발표했으며, 6개월 전인 올해 2월에는 다주택자 규제지역 주담대 허용,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폐지, 서민·실수요자 주담대 한도 폐지를 발표, 주담대 관련 풀어놓은 규제만 꼽으면 1년 새 다섯 손가락을 넘어간다.
A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이전에 DSR 규제와 관련해 반발이 나오니 '초장기 주담대 해줄게요' 했다가,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니 줄이는 명분 삼아 '연령 제한' 카드를 들고나온 모양새"라며 "시류에 너무 편승한 탓에 정책이 가벼워지는 것 같은데, 주택 가격 상승 흐름으로 모기지 만기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중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 국가도 초장기 주담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다만 일괄적인 나이 제한을 두기 보다 수요자의 상황과 주택시장을 고려해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대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유동화 전문기관인 페니 매, 프레디 맥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에 적합한 장기 주담대의 기준을 시중은행에 제시해 은행이 기준에 맞게 장기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기준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유럽의 소국 몰타는 '40/30 모기지' 상품을 통해 '40년 분할상환, 30년 만기'를 설계, 소득이 없는 시점이 다가오면 남은 금액을 전액 상환하도록 강제해 초장기 주담대 수요를 조절하고 있다. 40년 만기 주담대 비중이 전체 주담대의 70%에 육박한 영국과 유럽 국가 대부분은 대출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주담대가 상환되도록 상품을 만들어 상품 접근성이 자율적으로 조정되도록 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초장기 주담대는 스페인·프랑스는 50년, 핀란드에서는 60년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상품"이라며 "월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장기 주담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당장의 가계부채와 연관 지어 젊은 세대만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