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832/art_16916205923499_b8185c.jpg)
[FETV=권지현 기자] 최근 은행권 횡령, 부당이득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해당 은행과 감독기관의 감시·관리체계가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도 고객 신뢰를 저버리는, 불공정거래행위와 불건전 영업행위가 적발되자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놓은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추후 감시·관리가 뒤따르지 않아 피해 인원과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일성으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며 “불공정 거래 근절은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제고해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 힘줘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역부족이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보름 새 시중·지방은행에서 4건의 대형 사고가 적발, 관련 액수는 4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9일에는 국민은행 증권대행업무 직원 상당수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총 127억원 상당의 불법 매매 이득을 얻은 점이 발각돼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2021년 1월~2023년 4월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일정 정보를 미리 확보해 본인이 직접 주식거래를 통해 차익실현(66억원) 한 데 이어 해당 정보를 동료 직원, 지인 등에 전달해 61억원 규모의 매매 이득을 얻도록 도왔다.
앞서 신한은행이 사모펀드 등 투자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모집합투자증권 신규업무 3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은 지 2주 만이다. 신한은행은 사모펀드 6종을 출시, 판매토록 하는 과정에서 중요사항이 누락·왜곡된 상품제안서를 영업점에서 투자권유 시 활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2018년 5월~2020년 1월 일반투자자 766명을 대상으로 총 820건(판매금액 3572억원)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방은행 사고도 잇따랐다. 이달 2일 BNK경남은행에서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행위가 발각, 충격을 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15년간 담당한 직원이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임의 이체(78억원)하고 PF대출 실행금액과 상환자금 일부를 횡령·유용(484억원)한 것으로, 단일 은행으로는 2017년 이후 우리은행 횡령 사고(713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금액이다. 최근에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 1000여건을 개설한 사실이 적발,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이에 은행 수장들과 금감원이 내부통제 관리·감시에 좀 더 힘을 들였더라면 예방은 차치하고서라도, 해당 불법행위 피해 인원과 금액을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사건 모두 내부통제와 광범위한 관련이 있는데, ‘말’로는 내부통제 강화를 외치면서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아 사고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은행 직원들의 이번 불법행위는 은행 자체 검사가 아닌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동조사를 통해 밝혀졌는데, 공동조사가 늦었더라면 부당이득 액수는 127억원을 훨씬 넘어설 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닌, (금융위와) 공동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고 해당 사안을 적발하게 됐다”면서 “이전에는 공동조사를 했던 사례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검사국 등) 관련 부서에서 국민은행의 이번 사고가 내부통제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앞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공동조사를 통해 이번 사안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은행권 잇단 사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금감원은 이미 9개월 전에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고강도 관리 감독을 시사하고 은행에 관련 업무 지시를 내렸지만,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감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금감원은 은행권과 함께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내부통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혁신방안에는 장기근무자 감축, 명령휴가·직무분리 제도 운영, 상시감시·자점감사 강화 등이 담겼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은 내부통제 실패와 이로 인한 거액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서 “이번 혁신방안이 내부통제 문화 조성과 인식 전환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사의 자율적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다시 발표, 금융사가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스스로 점검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보름 새 터진 4건의 사고를 보면 금감원의 공언은 공염불에 가깝다. 특히 경남은행 건은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경남은행을 향해 ‘부서이동(3년~5년), 직무순환(1년~2년) 기준이 있으나 장기근무자 인사관리기준이 없는 점’을 지적하고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동일 업무 장기(15년간)근무자를 통해 터져 나왔으며, 국민은행 건은 같은 시기 당국이 ‘금융사고 예방’을 강조하고도 5개월 뒤인 올해 4월까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가 지속됐다.
금감원이 내부통제 혁신방안 수립 과정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은행들이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점검했더라면 부정행위가 벌어진 기간과 피해 인원·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작년 우리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터져 은행들 실태를 확인하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 지를 두고 논의한 것인데, 과제가 29개로 방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11월 TF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개별 은행 단위로 업무계획 검토 등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토록 하고, 2분기(4~6월) 중에는 전산 구축에 나서도록 했다”면서 “최근 적발된 사고들은 과거에 벌어진 일인데, 감독 등 부족한 부분은 향후 반영할 것이며 감시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