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8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에 "강한 의지로 영업에 집중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731/art_1690803327125_fb4925.jpg)
[FETV=권지현 기자] 우리은행이 1년 새 8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며 우울한 하반기를 맞이했다.
다만 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올라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된 점은 위안거리다. 대형 은행 중 가장 활발하게 채권 발행에 나서며 자본확충에 힘쓴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47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550억원)보다 5.3%(830억원) 줄어든 규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순익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1조8585억원)과 하나은행(1조8390억원)은 각각 7.7%, 33.9% 늘어 반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으며, 농협은행(1조2469억원)도 35.1% 증가해 '사상 최대' 행진에 합류했다. 신한은행은 1조680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0.1%)한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실적 부진은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820억원으로, 1년 전(4820억원)보다 20.8% 줄어들었다. 1년 새 1000억원이 덜 걷힌 것으로, 5대 은행 중 '나홀로' 감소세다. 대형 은행들이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에서 차별화된 증가세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우리은행만이 비이자이익이 줄어든 것은 순익 감소의 직격탄이 됐다. 같은 기간 신한·하나·농협은행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등 다른 은행 4곳은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
순익이 줄어든 탓에 우리은행은 수익성 지표도 하락했다. 6월 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67%, 11.51%로, 1년 전보다 0.05%포인트(p), 1.35%p 떨어졌다.
![5대 은행 BIS비율 개선폭(22년6월말-23년6월말, 단위: %p). [자료 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731/art_16908035414384_56b368.png)
이런 가운데 자본비율은 개선됐다. 우리은행의 6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6.3%로 지난해 같은 기간(15.1%)보다 1.2%p 좋아졌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거래기업의 도산 등으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 은행이 경영위험에 빠지게 될 경우 이를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은행의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투자하거나 빌려줄 수 있는 돈의 양을 한정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우리은행의 이번 개선폭은 5개 은행 중 가장 가파르다. 하나은행이 작년 6월 말 16.76%에서 올해 17.79%로 1.03%p 상승해 뒤를 이었으며, 국민은행(18.4%)은 0.97%p 좋아졌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18.35%)과 농협은행(18.64%)은 각각 0.41%p, 0.34%p BIS비율이 개선됐다.
그간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BIS비율이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 2021년 6월 말 17.1%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인 BIS비율은 1년 뒤인 작년 6월 말에는 15%를 겨우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에 성공하더니 올해 6월 말 16%대에 안착, 6월 말 기준 최근 5년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BIS비율 개선은 우리은행이 잇단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BIS비율을 높이려면 부실채권 매각이나 대출 축소 등을 통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거나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통상 후순위채 발행은 비교적 수월한 BIS비율 개선 방안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8000억원, 3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자본비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다른 대형 은행 4곳의 평균치(18.3%)에 가까워지려면 2%p가량 BIS비율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순익 증가는 BIS비율 개선으로 이어지는데, 우리은행은 하반기 순익 반등을 이뤄내 타행과의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8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변화와 도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임직원들을 독려, "우리은행 리더인 지점장들이 결코 후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영업에 집중해 상반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하반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되돌리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