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모습.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730/art_16903315051767_e2da67.jpg)
[FETV=권지현 기자] "우리는 작년까지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계열사 앱들과 상호연결하고 통합해 '슈퍼앱'(Super App)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KB월렛(Wallet), KB페이(Pay)와의 연계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상 속 금융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올해 1월 신년사에서)
KB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달성, 국내 금융권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승자를 가를 앱 전쟁에서는 이른바 슈퍼앱 탄생 1년이 다 되도록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7월 KB스타뱅킹을 전면 새 단장한데 이어 올해는 그룹 최고경영자(CEO) 윤종규 회장까지 직접 나서며 '1등 금융플랫폼'을 향한 염원을 직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 상반기 순익 2조996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2조6705억원)보다 12.2%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2020년 KB금융의 연 순익이 3조4552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반년 새 3조원을 벌어들인 이번 실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일등공신은 이자이익이다.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5조7590억원으로, 1년 새 3000억원가량 더 거뒀다. 순이자마진(NIM)이 큰 폭으로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인 2.10%를 기록하고, 여신도 2분기(4~6월) 들어 성장세로 전환한 것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 관련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6월 말 KB금융의 금융·비금융 전체 플랫폼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2434만명으로 1년 전(1898만명)보다 28.2% 증가했다. 지난해 6월(35.6%) 보다 낮은 성장률이다. 그룹의 대표 금융 플랫폼인 KB스타뱅킹의 경우 1152만명으로 전년 동기(1005만명)보다 14.6% 높아졌는데, 역시 작년 6월 증가율(22.6%)을 밑돌았다. 지난해 7월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슈퍼앱 전략을 1년간 추진한 KB금융으로선 만족스럽지 못한 대목이다.
특히 KB금융의 6월 말 전체 플랫폼 MAU는 올해 3월 말(2295만명)과 비교해 6.1% 늘었는데, 이번 6월의 경우 작년 8월 출시된 KB월렛이 새로 추가된 수치임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성장세라 말하기 힘들다. 같은 기간 KB차차차, 리브엠(LiivM), KB부동산 등 그룹의 주요 비금융 플랫폼 MAU는 지난해 6월 말 177만명에서 올해 157만명으로 11.3% 줄어들었다.
플랫폼을 통한 상품 가입 비율도 답보 상태다. 6월 말 은행 디지털 채널을 통한 예적금·대출·펀드 상품 신규비율은 58%로 지난 12월과 같은 수준이다. 증권(종합위탁계좌 신규 매매거래)은 96%로 6개월 새 1%포인트(p) 떨어졌다. 반면 카드(개인신용카드·CA·카드론)는 54%로 3%p 늘었는데, 3개 플랫폼 모두 3개월 전과 비교해선 1%p씩 올랐다.
KB금융이 '1등 종합플랫폼' 달성에 그룹 역량을 모으고 있고 윤 회장 역시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번 밝힌 만큼, 플랫폼 혁신·통합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비금융을 망라한 '일상 속 금융 플랫폼'을, 지난해 신년사에선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을 강조한 바 있다.
혁신·통합의 관점에서, 플랫폼이 너무 많아 고객의 선택과 집중을 분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KB금융은 금융권 최다 수준인 13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의 경우 KB스타뱅킹(KB월렛 포함), KB스타기업뱅킹, 리브넥스트(Next), 엠에이블(M-able), KB페이, KB손보대표앱, KB라이프생명, 키위뱅크 등 8개, '비금융'은 KB부동산, 리브엠, 오케어, KB국민카드 국카몰(mall), KB차차차 등 5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덩치가 아무리 큰 금융지주라 할지라도 종국에는 제대로 된 슈퍼앱 하나만 남지 않겠느냐"면서 "이자이익도 중요하지만 핀테크와 동일한 선상에서 기술로 경쟁하는 금융사만이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앱 경쟁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관련 경쟁도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