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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금융권 상생대책 몰라"에도 금감원장은 "상생 또 상생"

금융당국 의식했나...이복현 원장 '방문'에 금융사 '상생금융' 잇단 발표
中企 대부분 "잘 몰라" 실효성 떨어져..."실질적인 도움 방안 고민할 때"

 

[FETV=권지현 기자]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상생금융' 안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보험, 카드사들을 잇달아 찾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 협조를 당부하자 금융권이 화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상생금융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인 중소기업 대다수가 금융권 상생대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여주기식' 상생금융이 되지 않기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사 모두 실효성이 담긴 방안을 고민하고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상생금융안 발표 행사에 참석해 "상생금융 지원은 연체 예방 등을 통한 건전성 제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의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금융사의 상생대책 발표를 독려했다. 이어 "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노력이 있어 왔는데 최근 카드·캐피탈·보험사 등도 적극 동참해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방문에 때맞춰 이날 신한카드는 대출 공급·연체 감면 등 4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이 원장이 카드사 상생금융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달 29일 우리카드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우리카드는 이 원장 방문에 맞춰 22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상생안을 내놓았다.

 

이 원장은 올해 초부터 은행, 캐피탈, 보험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금융사의 사회공헌을 강조했다. 이 원장의 압박에 더해 정부의 입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금융사들은 정부와 당국 기대에 부응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상생금융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지난 1월 하나은행(2300억원), NH농협은행(12조6000억원), IBK기업은행(18조6000억원) 등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며, 2월에는 KB국민은행(5000억원), DGB대구은행(7000억원) 등이 특별대출 방식으로 지원책을 냈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작은 JB금융도 지난 5월 2조2000억원 규모로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는 등 금융지주·은행은 올해 들어 이달까지 매달 상생안을 내놓았다.

 

지난 13일에는 한화생명이 저축보험 출시 형태로 보험업계 첫 상생금융을 발표했다. 역시 이 원장 방문에 맞춰 내놓은 것으로, 그는 이날 "(한화생명의) 이런 고민과 노력이 계속해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달 17일 신한카드 방문 때에도 비슷한 어조를 드러냈음을 감안하면 닷새가 채 지나기도 전에 두 번이나 금융사에 상생금융을 강조한 셈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금융사별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상생금융안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금융권의 상생대책을 모르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중기 자금 현황 및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발표한 상생대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이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알고 있으나, 이용 못하고 있다'는 24%로, 상생대책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이용하지 못한 기업이 97%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5~8일 연매출 10억원 이하 중소기업을 포함, 총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기간이 은행권이 올해 중소기업 지원책을 처음으로 내놓기 시작한 때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음에도 상생대책이 중소기업 100곳 중 97곳에게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은 이 원장이 그토록 외친 상생금융이 결론적으로 실효성 '제로(0)'였다는 방증이다. 

 

 

금융권 상생대책에 대해 '알고 있고, 이용했다'고 응답한 3% 기업 중 70%는 '금리 감면'이 가장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금융사들이 내놓은 상생금융안은 신규 대출, 만기 연장, 우대금리 확대 등이 대부분이다. 상생대책을 알아도 이용하지 않은 24% 기업들은 가장 큰 이유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48.6%)를 꼽았다. 금융사들이 내놓은 상생안과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필요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뜻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금융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은행권의 상생금융 대책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상생금융 운영현황을 점검해 중소기업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추 중기중앙회 본부장이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힌 것 자체가 이미 활발히 발표된 금융권 상생금융안이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현재 금융권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안 발표 경쟁이 벌어진 모양새인데, '일단 내놓고 보자' 이런 태도는 지양하고 실질적으로 영세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