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열린 그룹 출발행사에서 임직원들과 2023년 3대 전략 과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함 회장은 이날 3대 과제로 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728/art_16892918375281_a267a5.jpg)
[FETV=권지현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 인수에 나선다. 그간 KDB생명 새 주인을 두고 금융권 관심이 컸던 터라 '대어' 하나금융 등판에 이목이 쏠린다.
우리금융그룹이 하나금융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험사 인수 의향을 내비쳐 왔기에, 우리금융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 하나금융이 이번 도전을 성공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하나금융은 KDB생명을 품에 안고 보험업을 강화, 경쟁자인 KB·신한금융그룹의 보험 이익을 넘어서 국내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산이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CT NOW(당장 행동하라)"를 언급, "약점을 보완하되,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업무집행사원으로 있는 KDB칸서스밸류PEF는 이달 12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그룹을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로, 매각가는 2000억원이 거론된다. 당초 인수 후보자로 꼽혔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WWG와 파운틴헤드PE, 캑터스PE 등이 모두 본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하나금융은 단독으로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하나금융은 6~7주일가량 실사를 거쳐 산은과 가격·조건을 협상할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하나금융은 그룹 숙원인 '비은행 강화' 동력을 얻게 된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이 보험업계와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때문에 지난해 3월 취임한 함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한 보험업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왔다.
실제 하나금융에 있어 보험은 아픈 손가락이다. 올해 3월 말 하나생명보험은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20억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손해보험은 이보다 더 큰 97억원 순손실을 냈다. 1분기 새 두 보험 계열사에서만 120억원가량 적자를 본 것으로, 이들이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임을 감안하면 이번 순손실은 뼈아프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생명·손해보험사를 통해 3500억원을 거뒀으며, 신한금융은 1300억원의 순익을 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품에 안게 되면 하나생명과의 합병을 통해 그룹 생명보험사를 단숨에 총자산 기준 국내 10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자산 규모의 경우 3월 말 기준 KDB생명(17.2조원)과 하나생명(6.3조원)은 국내 22개 생보사 가운데 각각 12위, 17위에 자리한다. 합병하면 23.5조원 수준으로 덩치가 커지는 셈인데, 신한·KB금융의 신한라이프(58.1조원), KB라이프(30.2조원)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흥국생명(26.1조원)과는 견줘볼 수 있게 된다.
KDB생명 인수를 완료하더라도 하나금융이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가장 먼저 자본 구성 개선을 통해 KDB생명의 낮은 자본건전성을 해결해야 한다. KDB생명의 올해 3분기 말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01.7%로 금융감독원 권고치(150%)에 한참 못 미친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수준을 나타낸다.
KDB생명의 킥스비율이 겨우 100%를 넘어선 상황이지만, 현재 KDB생명이 최대 5년간 킥스 적용을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적용받고 있는 데다 기존 지급여력비율 지표인 RBC 제도 아래에서는 이 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점은 향후 건전성 지표 개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KDB생명은 킥스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말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저조한 수익성'도 하나금융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KDB생명의 3월 말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84%로 자산 규모에 큰 차이가 없는 메트라이프생명(1.81%)을 한참 밑돈다. 덩치에 걸맞도록 순익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ROA는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다만 얼마가 들지 모르는 인수 비용은 막판까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도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은 하나금융에게 먼저 공이 넘어가게 됐다"면서 "매각가와 유상증자 비용을 합한 최종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하나금융이 보험업 강화를 이미 천명한 데다 KDB생명 인수 조건은 매물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알려진 사안이라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내부 계산을 끝내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