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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씨티 '소매금융' 노리는 이유

국민, 가계대출 10년 만에 줄어...한국씨티, 가계여신액 7조원 육박
고객확보 통한 수익확장 전략...가계대출 경쟁 속 반등 결과 주목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소매금융 최강자 KB국민은행이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고객을 흡수하기로 했다.

 

씨티은행은 2021년 10월 한국 소매금융 철수 발표 이후 단계적인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데, 주거래은행이 사라져 여수신 등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될 한국씨티은행 고객을 국민은행이 끌어안기로 한 것이다.  

 

얼핏 보면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통 큰 결정 같지만 실상은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전략'에 가깝다. 2001년 11월 주택은행과 합병한 이래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리테일(소매금융) 뱅킹 1위를 지켜온 국민은행이지만 최근 10년 만에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반등을 위해 자구책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날 한국씨티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고 내달 3일부터 씨티은행 개인 고객에게 국민은행의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씨티은행 고객의 향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은행은 당행 거래가 없던 씨티은행 고객에게도 한국씨티은행에서 받던 혜택을 동일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약식을 위해 국민은행은 이재근 행장과 성채현 영업그룹 부행장, 최재영 자산관리(WM)·연금 총괄 부행장, 박장업 영업전략부장이, 한국씨티은행은 유명순 행장과 박일영 영업추진부장, 변세종 개인금융상품부장, 김용준 여신상품본부장이 참석했다. 두 은행 최고경영자(CEO) 외 소비자금융과 관련된 부문별 최고 담당자들이 각 3명씩 총출동한 것으로, 두 은행이 이번 협약을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한다. 

 

이번 맞손은 지난해 6월 국민-한국씨티 간 맺은 '개인신용대출 대환 제휴 프로그램'의 확장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은행은 씨티은행 개인신용대출 고객에게 대출 잔액과 동일한 금액으로 대환대출을 지원하고, 금리 우대, 중도상환수수료·대환대출 인지세 면제 등도 제공하기로 했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이 국민은행 외 토스뱅크와도 동일하게 대환대출 제휴를 맺고, 비슷한 시기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도 한국씨티은행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환대출 상품, 금리우대 혜택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고객을 넘겨받는 파트너 은행으로 1년 만에 다시 국민은행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당행 이용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은행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다른 시중은행으로 소매금융 고객 협약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한국씨티은행 고객 흡수를 통해 소매금융 실적 상승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가계대출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는 국민은행의 중장기적인 포석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먼저 이번 제휴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양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최근 소매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감소, 이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가계 원화대출금은 162.4조원으로 전년 동기(167.7조원)보다 3.2%(5.3조원) 감소했다. 이 기간 기준금리가 1.25%에서 3.50%로 2.25%포인트 치솟으며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자 원리금 상환 부담에 대출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리딩뱅크를 다투는 신한은행은 3.8%(5.2조원) 감소했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2.6조원), 4.9%(6.8조원) 가계대출이 줄었다.

 

주목할 점은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추이다. 3월 말 기준 2012년 101.2조원이던 가계대출금은 2013년 98.7조원으로 2.5%(2.5조원) 감소했으나, 이후 2022년까지 9년 동안 단 한차례도 줄지 않고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1년 새 5조원 이상 줄어들며 2013년 3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 1분기 은행권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이 주춤했다고는 하지만, 신한·하나·우리 등 다른 대형 은행보다 30조원 이상 가계대출을 많이 보유하는 등 소매금융 압도적 1위를 지켜오던 국민은행에게 이번 감소 전환은 다른 은행과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부터 영업에 드라이브를 건 하나은행이 2%대 감소세를 기록해 비교적 선방한 점도 국민은행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지난 5월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그 폭도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소매금융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지만 이자장사 비판에 가계대출 영업을 '대놓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이 이번 씨티와의 제휴를 '영리하게'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월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가계여신액은 총 6조8016억원으로 7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은행은 일단 씨티은행 영업점에 상담 공간을 두고 국민은행과의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에게 주요 금융상품과 서비스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고객 편의성은 유지하면서 국민은행만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