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삼성그룹의 자회사들과 연합전선을 구축, 베트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베트남 전자제품 판매법인(Samsung Vina Electronics·SAVINA)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한의 금융상품과 삼성의 앱 지갑 플랫폼 삼성월렛 간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현지 고객은 삼성월렛에서 신한은행 카드를 연결해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신한베트남은행 고객이라면 '신한 쏠(SOL)베트남' 앱을 통해 삼성월렛 카드를 등록하고 포인트 적립 등 카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양사는 제휴 카드 출시 등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삼성과 손을 잡았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삼성화재 베트남법인(삼성비나보험)과 재산보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은행에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삼성화재의 재산보험을 판매하기로 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이 삼성화재 베트남법인과 맺은 첫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 협력이다. 우리은행은 삼성화재와 함께 향후 다양한 보험 상품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대형은행들이 삼성과 손잡은 데는 해외 비이자이익 확보를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현재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둔 곳은 신한·우리은행 두 곳이다. 이들 은행의 베트남법인은 올해 1분기(1~3월) 8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신한·우리은행 베트남법인 순익(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624/art_16868715426191_6fef40.png)
베트남은 두 은행에 있어 해외사업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장이다. 때문에 현지 시장 지배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베트남 1등 외국계 은행이 되겠다는 포부라면, 우리은행은 순익 앞 자리수를 바꿔가며 신한은행을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이 2017년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고, 같은 해 우리은행이 현지법인을 설립해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장하는 등 6년째 이어지는 경쟁이다.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47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20개의 네트워크를 구축, 연말까지 3개 네트워크를 추가할 계획이다.
덕분에 베트남법인 순익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1분기 순익은 1년 전(403억원)보다 67.7%(273억원) 증가한 676억원으로, 10개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베트남우리은행은 142.3%(101억원) 급증한 17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최대 순익을 낸 데 이어 분기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들 은행으로선 '아시아의 젊은 시장'으로 손꼽히는 베트남에서 자사의 선진화된 금융서비스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을 더 공격적으로 공략하려는 계산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삼성 브랜드가 두 은행의 베트남 시장 지배력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관심이 모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낙점한 삼성의 전자, 손해보험사는 현지에서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아시아(중국 제외)에 가전·전자제품 판매법인과 생산법인, 복합 생산법인 등 총 32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베트남에만 5개 법인(SEV·SAVINA·SEHC·SDV·SEVT)을 갖고 있는데, 전자제품 생산법인(Samsung Electronics Vietnam·SEV)은 올해 1분기 4628억원의 순익을 기록, 이들 법인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에 신한은행과 손잡은 전자제품 판매법인(SAVINA)의 현지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2002년 한국계 보험사 최초로 베트남법인을 출범, 시장 지배력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 관계자는 "신한베트남은행의 금융 솔루션과 삼성의 기술·플랫폼을 결합해 베트남 고객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디지털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성화재 베트남법인과 맺은 베트남우리은행의 최초 방카 업무협약인데, 은행 비이자이익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