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해 7월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21/art_16848855495626_9e8736.jpg)
[FETV=권지현 기자] "올 한 해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業)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합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그룹과 SK그룹과의 업(業)을 뛰어넘는 교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간 금융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회사와의 만남은 업무협약(MOU)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사업 영역 혹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거대 기업들이 만나면 이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우더라도 막상 사업 구체화를 두고선 몸을 사리거나 계획 이행 첫 삽을 뜨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SK는 이와는 다른 모습이라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한 뒤 구체적인 그림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금융권에선 신속한 움직임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오너 기업으로서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빠른 SK와 '1등 금융그룹' 목표를 지닌 하나금융의 데이터·디지털·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신사업 필요'가 맞닿은 결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개인사업자에게 안정적인 금융·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SK쉴더스와 손을 잡았다.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전용 금융서비스와 SK쉴더스의 보안솔루션을 연계해 개인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이들을 하나은행과 SK쉴더스의 새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SK쉴더스'는 정보보호서비스·무인경비업 회사로, SK그룹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다.
하나금융과 SK의 협력은 이달 들어서만 세 건이다. 앞서 지난 15일 하나금융의 은행·증권·카드사는 SK그룹의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11번가와 각 사들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가명결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통신·미디어·유통 등 광범위한 데이터가 한 데로 모이는 전례 없는 만남이다. 서로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에 꼭 맞는 대출, 상품·서비스 등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1일에는 하나금융이 '하나 파워 온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환경 사회적 기업 '동구밭'과 '다정한 마켓'을 SK텔레콤 T멤버십 내 ESG 제휴 채널에 입점시켰다.
두 공룡의 최근 협력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4000억원 규모 지분교환과 함께 ICT와 금융 경계를 뛰어넘는 초협력에 뜻을 모았는데, 약속의 결과물이 차질 없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합'이 잘 맞는 것은 두 그룹 모두 데이터·디지털·ESG 세 부문에서 새로운 사업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선 금융, 통신 서비스가 포화 상태인 만큼 자구책으로 이종업과의 융합을 선택, 생활금융서비스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의 금융 데이터와 SK의 비금융 신용 정보 결합 및 디지털 서비스 등을 통해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상품 적용 대상도 취약계층과 사회적 기업 등으로 확대해 '착한' 이미지도 동시에 얻겠다는 복안이다.
아직은 '데이터'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지만 향후 무게추는 '디지털'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하나금융의 은행·카드·보험 부문이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와 손잡고 가상 지점을 선보이며, 결제·상담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실제 '메타버스 은행'은 두 그룹이 추구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이프랜드에 하나금융세미나를 매월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메타버스 선두 은행은 자체 플랫폼을 가진 신한·농협은행인데, 하나은행이 이프랜드에 자사 유전자를 심을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두 회사는 가상자산 사업에 대해서도 점차 논의할 계획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기업사업본부장은 "앞으로 고객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금융서비스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며, 황보현우 하나은행 데이터본부장은 "다양한 업종 간의 데이터 결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