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미국은 배터리 소재사업을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캐시카우(수익창출)의 땅이다. 이곳을 발판 삼아 수조원의 통 큰 투자로 배터리 소재와 신약 사업 등으로 2030년까지 매출 60조원으로 일구겠다.”
LG화학 사령탑 신학철 부회장의 야심찬 포부다. 신 부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큰 핵심 미션으로 과감한 배터리와 신약 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펼치고 있다.
배터리와 신약 사업은 LG화학과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만의 핵심 미션이 아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올해 가장 많이 공들이는 핵심 미션도 배터리, 신약 등과 같은 미래형 신수종 사업이다. 작년 투자금만 보더라도 신 부회장이 배터리 소재와 신약개발 사업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현금성 투자만 9조2292억원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당겼다. 이는 전년 투자금(5조3493억원)을 2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처럼 LG화학이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LG화학 신학철號가 지난해부터 배터리, 제약,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등 3대축 중심의 공급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미국 및 오창 배터리(소재) 및 공장건설 ▲친환경 플라스틱 공장건설(당진 에어로졸 공장 등) ▲항암제 아베오사(社) 인수 등을 단행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불황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LG화학은 작년 연결 재무제표상 실적은 매출 51조8649억원, 영업이익 2조99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은 21.8%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은 40.4%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의 주된 이유는 석유화학 사업 때문이다.
그럼에도 LG화학의 영업이익이 3조원에 상회한 배경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부문 지원사격이다. 작년 첨단소재 사업 실적은 매출 3조4350억원, 영업이익 92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7.2%, 291.3% 껑충 뛰었다.
또 신 부회장이 올해 배터리와 함께 주목하는 사업은 제약 분야다. 일단 올해 초 미국 항암제 업체인 아베오를 8000억원(5억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아베오는 한국으로 치면 혁신 제약 기업이다. 현재 아베오는 신장암 표적 항암제인 포디브다를 보유, 판매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올해 아베오를 발판 삼아 항암제 사업 부문에서 캐시카우를 담금질하고 있다. 현장경영 행보를 보일 만큼 아베오에 지극 정성이다. 지난 2월 미국 출장길에 오른 바 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이 보유한 23개 신약후보물질들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캐시카우를 일굴지 핵심사업 고민 중 하나다.
현재는 제미글로(당뇨병 치료제), 유트로핀(성장호르몬 주사제) 의약품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풍치료제인 티굴릭소스타트는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통풍치료제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에 신 부회장은 통풍치료제 사업에 가장 공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미 FDA(식품의약처)로부터 최종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 3상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신 회장은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에 활용되는 에어로젤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에어로젤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까지 3100억원을 투자한다. 에어로졸은 쉽게 말하면 수증기 상태의 특수 열원이다. 에어로젤은 LG화학이 자체 개발한 기술이다.
95% 이상이 기체이며 가볍지만 물에 젖지 않고 불에 타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탄소 발생과 열손실이 적음과 동시에 열분해유로 사용해 산업용 배관 및 단열재로 사용할 수 있다. 신 부회장이 에어로젤 군침을 흘리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에어로젤은 친환경 에너지(액화수소) 수송·보관 및 열 차단 등의 수요로 연평균 30% 이상의 시장성장이 예상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LG화학은 배터리(소재), 통풍치료제 등의 제약사업,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윤곽이 나온 상황이다. 다만 작년보다 올해 실적이 더욱 어닝서프라이즈를 터트리기 위해선 전통 석유화학 사업의 회복세도 무시못한다”면서 “다행힌 점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펄펄 날고 있기 때문에 든든한 동생이 지원사격을 해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