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보험설계사 현황. [자료 생명보험협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18/art_16834622640229_277289.jpg)
[FETV=장기영 기자] “신한라이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다. ‘톱(Top)2’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아가겠다.”(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차별화된 종합 금융 솔루션을 통해 국내 일류 생명보험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더 나아가 2030년에는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
생명보험업계 ‘빅(Big)3’ 진입을 목표로 내건 두 중형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이 같은 도발에 2위사 한화생명이 기선 제압에 나섰다.
국내 3대 대형 생보사 중 최초로 ‘제판(제조+판매)분리’를 단행한 한화생명은 공격적인 법인보험대리점(GA)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데 이어 플랫폼 제휴로 4만명이 넘는 거대 보험설계사 동맹을 결성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달 27일 글로벌금융판매, 아너스금융서비스, 더블유에셋, 피플라이프, 한화라이프랩 등 5개 대형 GA와 디지털 영업지원 플랫폼 ‘오렌지트리’ 공동 사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렌지트리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설계사들이 제휴 보험사의 영업지원 시스템에 한 번에 접속할 수 있도록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이다. 여러 제휴 보험사의 영업지원 시스템에 개별 접속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계열 GA인 피플라이프, 한화라이프랩뿐 아니라 경쟁 GA 3곳에 플랫폼을 개방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포함한 총 6개 GA 소속 4만4000여명의 설계사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연합체를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설계사 수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1만9131명으로 가장 많고 글로벌금융판매(1만2072명), 아너스금융서비스(3977명), 피플라이프(3866명), 더블유에셋(2582명), 한화라이프랩(2153명)이 뒤를 이었다.
한화생명은 앞선 2021년 4월 제판분리를 단행하면서 초대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해 기존 자회사형 GA 라이프랩과 함께 운영해왔다. 여기에 올해 1월 초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대형 GA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총 3개 GA, 설계사 2만5000여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GA 조직을 구축한 바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 [사진 한화생명]](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18/art_16834561414573_0fe9dd.jpg)
한화생명은 이 같이 M&A와 플랫폼 제휴로 압도적인 규모의 설계사 동맹을 결성해 업계 2위 자리를 넘보는 중형사들의 기선을 제압했다.
통합법인 출범으로 몸집을 불린 은행계 생보사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생명은 올 들어 잇따라 업계 2·3위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며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기존 2위 경쟁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2021년 7월 출범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이영종 사장은 올해 1월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줄곧 업계 2위를 목표로 제시하며 사실상 한화생명을 정조준했다.
이 사장은 1월 3일 자신의 취임식을 겸한 ‘팀 라이프(Team LIFE) 2023’ 발대식에서 “모든 임직원과 영업가족 여러분이 ‘원팀(One Team)’이 돼 일류를 향한 원대한 꿈을 이뤄 나가자”며 업계 2위 목표를 처음 꺼내들었다.
이후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영전략회의에 이어 지난달 ‘톱2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한 공개회의에서도 2위를 언급하며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프로젝트 명칭을 톱2 프로젝트라고 정한 것 자체가 기존 2위사인 한화생명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생명 모두 영업 조직과 수익성 측면에서 한화생명을 따라잡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한라이프의 설계사 수는 전속 설계사 9310명,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 설계사 3213명 등 총 1만2523명이다. 이는 한화생명 핵심 판매 조직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1곳의 설계사 수에도 미치지는 못하는 인원이다.
제판분리를 단행한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형 GA KB라이프파트너스 설계사 수는 1681명에 불과해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한화생명과의 격차는 올해부터 시행된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해 신출한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IFRS17 적용 전 3543억원에서 적용 후 1조223억원으로 6680억원(188.5%) 증가했다. 반면 신한라이프는 4705억원에서 4230억원으로 475억원(10.1%), KB라이프생명은 2426억원에서 1017억원으로 1409억원(58.1%)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앞으로 GA 추가 인수와 플랫폼 제휴 확대로 영업력을 더욱 강화해 하위사들의 추격 의지를 꺾을 계획이다. 특히 국내 보험영업 시장이 GA를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차별화된 상품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올해 초 피플라이프 인수 당시 “국내 보험시장에서 GA는 신계약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채널”이라며 “고객과 설계사가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GA채널에서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