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경기 하남에서 건강 보조 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조모(59)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올해 초 이후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15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억원으로 급감한 데다 영업 손실이 3억원이나 나면서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뛰면서 감당할 수 있는 상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조 대표는 "그간 원료 품질 등을 하나하나 따져 충성 고객들을 확보해 왔는데, 온라인몰이 커지고 대기업, 유명회사 상품 중심으로 소비가 옮겨가면서 가게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이 지난 2월 말 30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른 가운데, 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대기업과 우리나라 경제의 뿌리인 대다수 중소기업의 연체율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연체율이 소폭 개선된 반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인력난과 원자재값 폭등, 매출 감소라는 '3중고'에 허덕이며 체력이 바닥났다. 특히 뿌리 산업을 책임지는 영세 중소기업의 은행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세 중소기업 연체율 급등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3월 말 중소기업 평균 연체율은 0.31%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0.21%)보다 0.10%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 4곳 모두 중소기업 연체율이 늘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년 만에 0.12%p 뛴 0.33%였으며, 국민은행도 0.11%p 오른 0.22%를 나타냈다. 하나·신한은행은 1년 전보다 각각 0.09%p, 0.05%p 상승한 0.35%, 0.33%였다.
![4대은행 대기업·중소기업 연체율 추이(단위: %).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18/art_16829854372193_f66ea6.png)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크게 줄었다. 4대 은행의 3월 말 대기업 평균 연체율은 0.04%로 전년 동기(0.09%)보다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이중 우리은행은 작년 3월 말 0.16%에서 올해 0%로 대폭 줄었으며, 국민은행도 0.09%에서 0.01%로 0.08%p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동일하게 0.02%p 소폭 늘어 각각 0.13%, 0.02%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 내 '양극화'까지 발생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연체율 양극화 못지않게 심각한 현상은 중소기업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극화다. 3월 말 4대 은행 중 SOHO(소호·소규모자영업)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은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은행 3곳의 소호 평균 연체율은 0.35%로 나타났다. 1년 전 0.17%의 두 배가 넘는다. 하나은행 소호 연체율이 0.17%에서 0.41%로 0.24%p 뛰었으며, 신한·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0.18%p, 0.14%p 올라 각각 0.33%, 0.32%를 나타냈다.
![4대은행 중소기업·SOHO 연체율 추이(단위: %).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18/art_16829869248497_97a770.png)
작년 3월 말엔 이들 은행의 소호 평균 연체율이 전체 중소기업 연체율보다 0.05%p 낮았으나, 1년 만에 0.04%p 앞서게 됐다. 금융권은 지방은행의 경우 이들 대형은행보다 소호 연체율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1~3차 협력 업체나 상장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꽤 좋다"면서 "문제는 영세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비용과 떨어지는 매출로 인해 '나홀로' 운영을 택할 만큼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K자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업계에선 사업체별 양극화를 해소할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과 관련해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현재처럼 양극화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겨우겨우 버티는 소상공인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소상공인이 고용을 유지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 매출을 증가시키며 지속가능한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를 이날(2일) 다시 연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를 현재와 같이 반복하기보다는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되, 지원 대상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데 필요한 통계를 보다 면밀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