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 첫번째)이 지난 20일 발달장애인 예술가 미술 공모전 '하나 아트버스' 시상식 이후 아동 부문 대상 수상작인 양예준 작가의 '멸종 위기 동물들과 나' 작품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417/art_16825524647108_076e7d.jpg)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은행들이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개방형 수장고'의 문을 열고 20~30대를 중심으로 유명 미술품 조각 투자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은행권 '미술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엔 지방·특수은행까지 미술 대전에 가세했다.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안창수·노천웅 등 한국 미술 작가의 작품 외에도 신진작가, 발달장애를 지닌 작가 등 대상도 넓다.
◇미술관이 아닙니다, 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9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신한갤러리에서 김샨탈, 우주언, 이주영 등 신진작가 3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들은 '2023 신한 영 아티스트 페스타' 그룹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가들로, 신한은행은 선발된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 무료 이용, 작품지원비, 리플렛 제작, 전시 홍보 영상 제작 등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 '오해·오역·오독의 시'는 언어와 언어 사이의 묵음, 그 회색지대가 왜곡이 아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3명의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층적인 언어의 속성을 드로잉, 설치, 영상, 사운드 등 혼합 매체로 보여주고 있다. 신한갤러리는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 때마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그림같은 오후'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신한은행이 선보인 김샨탈, 우주언, 이주영 작가의 ‘오해·오역·오독의 시’ 전시 모습.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417/art_16825524592468_8039b6.jpg)
하나은행은 5월 20일까지 을지로 도심에 문을 연 개방형 수장고 'H.art1(하트원)'에서 '하나 아트버스'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30점을 대중에 공개한다. 하나 아트버스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수준 높은 작품 전시로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멀티 플랫폼 미술 공모전이다. 2회째를 맞는 올해는 발달 장애인 아동·청소년 예술가들도 참여해 전국에서 588명이 몰렸다.
출품한 작품들은 한양대학교 '미술+디자인교육센터'(심사위원장 김선아 교수)의 전문적 심사를 거쳐 총 30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이들 작품은 하트원 외에도 7월 4~15일 평창동 소재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특별 전시, 사회적 기업 '스프링샤인' 홈페이지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안창수 화백(왼쪽 여섯번째)과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왼쪽 다섯번째) 및 임원진들이 안창수 화백 전시회 개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417/art_16825524738144_f26602.jpg)
수출입은행은 28일까지 서울 여의도 본점에 있는 '금고미술관'에서 동양화가 설파(雪波) 안창수 화백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동물화, 화조화 등 동양화 총 17점을 소개한다. 안 화백은 수은 출신으로, 지난 1977년 수은에 입사해 2003년 정년퇴직했다. 이후 중국 항주미술대학교와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중국 임백년 전국서화대전 1등, 중화배 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 일본 전일전 준대상 수상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는 동양화가로 변신했다.
안 화백은 전시회 개최식에서 "26년간 몸담았던 친정 수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니 감개무량하다"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그림이 관람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치유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작품 내세워 고객유인·사회공헌
은행이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갤러리처럼 수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미술 작품 관람, 투자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오자 희소성 있는 상품을 전시하고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술품 판매를 택한 것이다. 은행권 사회공헌의 경계가 대폭 넓어진 점도 한몫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하나 아트버스 시상식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통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기회를 확대하고 수상작 디자인을 활용한 카드 출시도 기획하고 있다"고 언급, 공모전과 전시회가 사회공헌은 물론 젊은 세대의 '고객화'를 염두에 둔 것임을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 영 아티스트 페스타' 공모전은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며 "신진작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대중들이 쉽게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전시회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작가들의 언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