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격". 이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처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모래주머니를 달고 경쟁했던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된 배터리 기준 강화로 그나마 받던 혜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상업용 전기차 확대와 전기차 전용 공장 조속 시공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대차·기아가 답답한 상황에 놓인 미국 전기차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IRA 세부 지침을 내놨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던 것에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까지 북미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또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써야 한다.
이같은 세부 지침이 명시되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8월 IRA가 발효되면서도 유일하게 보조금을 받았던 현대차 제네시스 GV70 전기차의 보조금 지원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배터리는 중국산이다. IRA 발효 이후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EV5’ 등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사라진 데 이어 이번엔 GV70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에선 힘들어진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스와 렌탈 등 상업용 전기차 시장 확대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용 전기차의 경우 제조 국가와 상관없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과 동일하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3~5% 수준이던 상업용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30%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된 것은 지난해 12월인데 1분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상업용의 비중은 28%에 달한다. 불과 3개월 만에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이 최대 25%포인트(p) 늘어난 셈이다.
목표했던 30%대에도 거의 도달했다. 현대차그룹의 상업용 전기차 비중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2분기내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상업용 전기차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 리스 및 렌탈 시장의 규모나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또 다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공백 기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 짓는 전기차 전용공장의 가동 시점은 오는 2025년 상반기다. 최대한 앞당긴다고 해도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2024년 하반기에 공장이 가동된다고 해도 최소 1년 반 이상의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이번 IRA 법안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 현대차그룹뿐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미국의 제조사를 제외한 유럽, 일본 등 해외 완성차들도 미국에서 보조금 지원이 끊겼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IRA 세부 지침이 발표되면서 그나마 지원을 받고 있던 GV70이 지원 대상에서 빠졌지만 그래도 경쟁업체 대다수가 빠진 만큼 최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