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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으로 곳간 채우는 은행, 왜 지금일까

시장 안정세에 잇단 채권 발행...스프레드 두 자릿수로 줄여
금리 하향 전망, BIS비율 개선에 은행채 발행 이어질 듯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은행들이 잇달아 채권 발행에 나서며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와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이 유발한 채권시장의 위기감이 걷히면서 은행들이 금융시장 안정성을 바탕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나아진 환경'은 금리에서 바로 드러난다. 대형 은행 가운데 올해 들어 채권을 발행한 KB국민·신한·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평균 발행금리는 4.66%로, '연 6%'에 육박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포인트(p) 이상 낮아졌다.

 

당시 대형 은행들은 5%대 후반 이자에 더해 '월 이표채'로 채권을 발행, 이자를 매월 지급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작년 말과 다른 분위기 덕에 올해 1분기(1~3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금융회사채는 36조원으로 1년 전보다 20%가량 늘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7일 5억달러 규모의 선순위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금리는 미국 5년물 국채 금리에 95bp(1bp=0.01%p)를 가산한 4.651%로 결정됐다. 가산금리 또한 최초 제시 금리인 135bp 보다 40bp를 줄였다. 이 결과 약 1년여 만에 시중은행 외화공모발행채 스프레드(금리격차)는 두 자릿수로 좁혀졌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역시 5억달러 규모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인 '성평등 사회적 채권'(Gender Equality Social Bond)을 발행했다. 국내 기업 최초 발행으로, 신한은행은 이번 채권을 취약계층 여성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성평등'이라는 구체적인 테마로 발행했다. 5년 만기 고정금리이며, 금리는 미 국채 금리에 1.07%를 가산한 4.50%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에도 4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5년 후 중도 상환이 가능한 영구채로, 금리는 국고채 5년물에 93bp를 더한 4.63%이다. 이로써 원화채 스프레드는 시중은행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자체 최저 스프레드 수준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 2월 3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국채 금리에 141bp를 가산한 4.65%로 발행, 예상 공모 희망 금리인 4.70~5.60%의 하단보다 낮게 금리를 결정지었다. 우리은행도 선방했다. 올 1월, 6억달러 규모로 ESG 선순위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는데, 금리는 미 국채 5년물에 135bp를 가산한 4.875%였다. 올해 첫 시중은행 달러채권 발행으로, 금리는 흥국생명 사태 전 가산금리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채권 발행에 나선다. 최근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 대출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하나은행이 유로화 커버드본드 조달에 나서는 건 2021년 이후 두 번째다. 모든 커버드본드는 ESG의 일종인 소셜본드(social bond)로 발행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금리 방향이 '아래'를 가리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은행들의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방어'에 초점을 둔 한국은행이 연말 이내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과,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가 컨센서스를 웃돌아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지난달 중순까지 3.50% 안팎을 횡보했으나 이날 오전 현재 3.30%를 밑돌고 있으며, 5년 만기 미국채는 4.20%를 넘어선 지난달 9일 이후 28거래일 연속 3.80%를 하회하고 있다.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은행채 발행을 예고한다. 은행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이 21bp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으며,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 규모 발행으로 BIS비율이 작년 말에 비해 약 15bp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