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본사. [사진 현대해상]](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416/art_16818141224567_86842f.jpg)
[FETV=장기영 기자] 우리나라 신생아 10명 중 6명이 가입한 어린이보험 ‘명가(名家)’ 현대해상의 굳건한 아성에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상품 판매 전략이 엇갈렸다.
전통적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현대해상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기존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최고 35세까지 확대해 ‘삼린이(30대+어린이)’ 고객 유치에 돌입했다.
반면,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어린이보험과 별도로 ‘삼십대(30대)’ 고객만을 위한 세대 특화 건강보험 상품을 출시해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4월부터 각각 ‘아이러브(I LOVE) 플러스 건강보험’, ‘내맘(Mom)같은 어린이보험’의 가입 연령을 기존 최고 30세에서 35세로 확대했다.
두 손보사는 앞선 3월 경쟁사 KB손보가 먼저 가입 연령을 최고 35세로 확대한 ‘KB 금쪽같은 자녀보험 플러스(Plus)’를 개정 출시하자 한 달여만에 뒤를 따랐다.
이에 따라 국내 5대 대형 손보사 중 3곳이 30대도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보험을 판매하게 됐다. 30세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기존 ‘어른이보험’이 30세를 넘어도 가입할 수 있는 ‘삼린이보험’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어른이보험은 성인 건강보험과 동일한 보장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다른 대형사인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기존 최고 30세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각각 최고 3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굿앤굿 어린이 스타 종합보험’, ‘마이 슈퍼스타’를 판매 중이다.
이들 손보사는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확대하지 않는 대신 30대 고객들만을 위한 세대 특화 건강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현대해상은 이달 20세부터 4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굿앤굿 2030 종합보험’을 출시했다. 이에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2월 30세부터 40세까지 가입 가능한 ‘내돈내삼’ 판매를 개시했다.
30대 특화 건강보험 역시 일반 성인 건강보험에 비해 저렴한 보험료로 핵심 담보를 보장받을 수 있다.
![(왼쪽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416/art_16818141231031_657bf1.jpg)
30대 고객을 겨냥한 손보사들의 상품 판매 전략이 엇갈린 데에는 어린이보험 시장 1위 현대해상의 독주 체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4년 업계 최초의 어린이 전용 종합보험 ‘굿앤굿 어린이 종합보험Q’를 출시한 이후 태아부터 20세까지 가입 가능한 전통적 어린이보험 시장을 장악했다.
실제 22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굿앤굿 어린이 종합보험Q는 올해 2월까지 약 488만건 판매돼 업계 최다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해당 상품에 가입한 태아 수는 16만2770명으로 연간 출생아 수 24만9000명 대비 가입률은 65.4%였다. 우리나라 신생아 10명 중 6명 이상이 현대해상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0세 미만 어린이보험 판매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다른 손보사들은 가입 연령을 확대해 30세 이상 고객까지 유치하는 쪽으로 우회했다.
이러한 전략은 가입 연령이 제한돼 기존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30대 고객 수요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예로 삼린이보험 시대의 포문을 연 KB손보의 경우 개정 상품 출시 첫 달인 3월 판매 건수가 약 2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어린이보험 월 평균 판매 건수 약 1만4000건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KB손보 관계자는 “가입자 연령대별 비중은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며 “저렴한 보험료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진정한 의미의 어린이보험, 즉 2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이미 독보적 지위를 확보한 현대해상은 30세 이상 고객들을 별도의 상품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은 본래 취지와 본질에 맞게 가입 연령을 유지하면서 보장을 확대하고, 각 세대별 맞춤형 건강보험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사임에도 어린이보험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삼성화재의 경우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 확대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은 어린이보험의 주타깃층과 판매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현대해상의 경우 태아와 0세 어린이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가입 연령 확대 필요성이 낮은 반면, 성인 고객 유치전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경쟁사들은 가입 연령을 높여 20~30대를 집중 공락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