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영훈 기자] 신자들의 시주 감소로 절 경영이 어려워지자 일본 스님들이 전력 소매회사를 설립, 전기 소매판매에 나서 화제다.
15일 NHK에 따르면 교토(京都)에 있는 정토신종(淨土眞宗) 혼간지(本願寺)파의 본산인 니시혼간지(西本願寺) 소속 스님들이 지난 6월 전력소매회사인 '데라(寺)에너지'사를 설립했다. 스님들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인구 과소화 등으로 등록신자가 감소하면서 시주가 줄어 절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나선 것.
'데라에너지'사는 히로시마(廣島)와 야마구치(山口)현 등 일본 주고쿠(中國) 지방에 3천여개의 니시혼간지파 사찰이 있고 전국적으로도 자파 소속 절이 산재해 있는 만큼 신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선 주고쿠 지방 5개현에 내년 4월부터 가정용 전력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바리오매스 발전 전기를 공급하는 후쿠오카(福岡)현 미야마시의 전력회사 '미야마 스마트에너지'에서 전력을 조달해 가정용으로 소매 판매한다. 온난화 가스를 배출하지 않거나 적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요금은 이 지역에 전력을 주로 공급하는 주고쿠(中國)전력 보다 2% 정도 싸게할 방침이다.
첫해에 일반가정 4천여 가구의 고객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태양광 발전 사업 등을 직접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일본은 2016년 봄 전력소매를 전면 자유화 한 이래 전력사업을 시작했거나 이를 검토중인 지방자치단체가 총 117곳에 이르는 등 판매를 주로 하는 이른바 '신전력'회사와 기존 발전회사간의 판매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계까지 가세함에 따라 전기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님들이 전력사업에 뛰어든 것은 절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구감소와 과소화에 더해 주민의 도심회귀 등으로 생활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절 경영을 뒷받침해온 단카(檀家)가 갈수록 감소해 시주가 크게 줄고 있다.
단카제도는 절 주변 주민들이 절에 적을 두고 시주를 통해 절 운영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면서 설법을 듣고 장례나 제사, 묘 관리 등을 맡기는 제도다. 역대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전통적" 묘의 형태는 이런 단카제도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절에 적을 두는 신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묘에 매장했던 유골을 다른 묘로 옮긴 건수가 2016년 9만7천317건에 달했다. 5년만에 2만여건이 증가한 것이다.
시주감소로 절 경영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대웅전 격인 본당이 낡아도 수리하지 못하는가 하면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절 자체가 없어질 위기를 맞고 있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라에너지사는 주고쿠지방의 니시혼간지파 사찰에 대해 단카와 지역 주민에게 자사 전력 구입을 권하는 '영업활동'을 의뢰할 계획이다. 대신 각 사찰이 유치한 계약실적과 구매가정의 전력 소비실적에 따라 대가를 지급, 사찰 운영자금으로 활용케 한다는 방침이다.
니시혼간지사의 사업에 대해 다른 종파 관계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라에너지 측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종파를 초월해 다수의 사찰에 참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주고쿠 지방 이외 지역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NHK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