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네번째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손병두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이 2019년 10월 열린 알뜰폰 '리브엠' 출시 행사에서 요금제 찾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415/art_16813358931561_afad4f.jpg)
[FETV=권지현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Liiv M)이 출시 3년 4개월 만에 정식 서비스 인가를 받으면서 은행의 비금융사업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성과는 KB금융그룹 3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에서 은행이 부수업무로서 간편하고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은행이 리브엠 등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할 수 있게 된 것인데, 현행법은 은행이 통신업을 부수 업무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국민은행이 향후 간편하고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할 경우, 금융위는 관련 법령을 다듬을 예정이다. 최대 1년 6개월이 소요되는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알뜰폰 서비스의 지정 기간은 만료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 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은 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으로 은행권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아 같은 해 12월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민은행 리브엠은 KB금융 윤종규 회장과 허인 부회장(전 국민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3명이 한 팀이 돼 이룬 성과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금융 신사업을 통해 금융의 범위를 생활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윤 회장의 의중에 따라 2019년, 허인 당시 국민은행장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허 부회장이 '대형은행이 왜 알뜰폰 사업을 하냐'는 물음과 줄기차게 싸워왔다면, 2022년 1월 바통을 넘겨받은 이 행장은 대형은행이 알뜰폰 이미지 개선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들을 해나갔다.
코로나19가 유행 조짐을 보이던 2020년 2월 초,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윤 회장이 리브엠 사업단을 찾아 격리된 중국 우한 교민에 보낼 유심칩을 준비하는 직원들을 격려한 일화나, 허 부회장이 당시 나오던 갖가지 의문에 대해 "통신 쪽에서 나오는 이익은 전적으로 고객에게 돌려드린다는 가정으로 출발한 사업이다"라고 단호히 말한 것, 또 이 행장이 알뜰폰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통신 3사와 제휴하고 연령별 특화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리브엠이 정식 서비스로 인가받기까지 3명의 CEO들이 얼마나 뚝심을 갖고 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행권의 비금융사업 물꼬를 튼 리브엠이지만 과제도 있다. 먼저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알뜰폰 전체 가입자는 1250만명으로, 전체 시장의 약 16%를 차지한다. 이중 리브엠 가입자(회선 기준)는 2월 말 기준 40만명을 기록했다. 10만(2021년 5월)→30만(2022년 5월)→38만(2022년 12월)으로 성장세가 가팔라지고는 있지만 내부 목표인 100만명에는 훨씬 못 미친다. 허 전 행장은 리브엠 출시 당시 "내부적으로 가입자가 100만명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도 이를 인지, 올해 신년사에서 "모빌리티, 통신 등 생활 금융 영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부 통신사와 중소 알뜰폰 업계와의 갈등도 풀어나가야 한다. 통신 3사 대리점을 회원사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리브엠은 원가 이하 요금제에 의존해 사업을 하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되면 중소 이동통신사와 유통 관련 소상공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52개 업체가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가계 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 정책에 맞춰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만큼, 리브엠으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도 이득을 얻는다고 말한다. 요금제, 연계 상품 등 서비스와 혜택의 품질을 높이면 고객 선택권이 높아져 알뜰폰을 더 찾게 되고, 이는 통신 시장 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리브엠의 요금 수준은 통신사업자 자회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중간 수준으로, 중소 사업자와의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혁신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의 질적, 양적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