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지주사 전환이후 저평가 받던 한국조선해양의 기업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저평가의 주된 원인인 사업부가 속속 개설, 수익성 개선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10년 만에 돌아오는 슈퍼사이클 호황이 시작된다는 점도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사업 지주사로의 항해를 시작한 한국조선해양이 과거의 영광과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한국조선해양은 공시를 통해 정관 변경을 예고했다. 당초 부동산 매매업 및 임대업(제2조16)과 건물 관리 및 용역업(제2조53)으로 나뉘어 있던 조항을 부동산업 단일 조항으로 병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업 등 신사업의 내용을 추가하는 안이다. 해당 안건은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조선해양이 에너지 운송 분야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까지 그룹 에너지 밸류체인에서의 역할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주사로서 단순히 자회사를 관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사업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조선해양이 지주사에 머물지 않고 자체사업부서를 갖추기 위해 움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해양조선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통상 지주사는 사업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증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의 보통주 1주당 가격은 지난 14일 종가 기준 7만2800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을 품고 있을 때의 주가가 12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기업가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하던 현대중공업을 분할한 것은 2019년 5월 2일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4년여 전과 비교하면 대폭 낮아졌지만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이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주사에서 사업지주사로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인식에서다. 아직 추가될 신사업의 분야가 정확히 명시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빠르면 연내 새로운 사업부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정관 변경을 진행하는 것은 향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를 위해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부가 어떤 분야가 될지 현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미 사업부를 만들어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에 나섰다는 점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이유중 하나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SD사업부를 신설했다. 연료 기자재 설계와 조달을 담당하는 부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향후 경쟁사와 차별화된 친환경 토탈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조선해양의 핵심 사업부로 성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났던 조선해양산업이 10년만에 돌아오는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지주사인 만큼 자회사의 실적에 따라 기업가치가 오르고 내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연초 발표한 수주현황을 보면 국내 조선산업은 지난해 1744만CGT(표준선환톤수)를 수주하면서, 2013년(1845만CGT) 이후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번 수주실적은 2020년(823만CGT) 대비 112%, 코로나19 상황 직전인 2019년(958만CGT)보다 82% 증가한 수주실적이다. 그동안 침체됐던 국내 조선산업이 회복을 넘어 재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0년 만에 찾아온다는 슈퍼사이클 호황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자를 면치 못했던 조선사들도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