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이후 떨어진 민심 되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주사인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사주를 각 200억원씩 사들인 데다 줄어든 영업익에도 예년과 동일한 주주 배당 지급을 결정해서다. IR활동 재개 등 주주 소통도 강화하면서 연일 내리막길을 걷던 HDC와 HDC현산의 주가도 반등을 시작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HDC그룹 경영진에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HDC와 HDC현산의 주식을 장내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HDC와 HDC현산은 오는 6월 5일까지 2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공시 당시 주가에 비춰 취득할 주식은 HDC가333만3333주, HDC현산이 191만2045주다. 정 회장이 2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당시 붕괴사고로 떠나간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실시하는 셈이다.
HDC현산이 줄어든 영업이익에도 배당을 예년 수준에 맞춰 지급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11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영업이익 273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하지만 배당은 전년과 동일한 주당 600원으로 결정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후속 조치로 곳간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주가 방어차원에서 정 회장이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이처럼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실시하면서 하락했던 주주들의 마음도 조금씩 돌아서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HDC와 HDC현산의 주가 반등 모습이 역력하다. HDC와 HDC현산의 주가는 13일 11시 현재 각각 6720원, 1만1080원이다. HDC와 HDC현산의 52주 최저가인 5080원, 9290원과 비교하면 양사 모두 1주당 각각 1640원, 1790원 가량 오른 셈이다. 정 회장의 강력한 주주환원책이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정 회장은 처음으로 실적 가이던스를 공시하고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주 소통 강화에도 나섰다. 올해 HDC현산이 내놓은 실적 가이던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9652억원, 신규수주 2조816억원이다. 2021년, 2022년 실적보다는 매출과 신규수주 모두 늘어난 액수다. 회사 측은 “올해 들어 실적 가이던스를 공시하고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주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데 이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도 결정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주주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실시하며 주가도 반등하는 모양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전 주가와 비교하면 아직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고가 주가에 반영되기 전인 2022년 1월 11일 기준 HDC와 HDC현산의 주가는 각각 1만550원, 2만850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최근 잇달아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데다 붕괴사고 이후 후속조치에 노력을 보이면서 주주들 사이에서의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라며 “붕괴사고 전 주가 회복을 위해선 이같은 주주환원책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