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수식 기자]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버릇이 돼버린 요즘이다. 올해도 연이은 물가 상승에 서민들의 한숨은 날로 짙어진다. 업체들도 하소연한다. 원재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호소한다.
정부가 조율을 위해 나섰다. 지난해부터 식품업계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최근까지 정부의 요청이 지속되자 식품업계서도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은 각기 달랐다.
올해도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의 요청도 계속됐다. 지난달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CJ제일제당, 농심 등 12개 식품업체 대표들을 초청,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올해 상반기에는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또 “최근의 식품물가를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서민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식품물가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식품업계가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식품업계가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 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 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 권고했다.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햄버거 가격은 점점 오른다. 햄버거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가맹점주의 지속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가장 최근에는 버거킹이 가격인상을 알렸다. 버거킹이 오는 10일부터 원자재 및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가격이 인상된 메뉴는 버거류 32종, 사이드 및 음료 15종 등 총 47종이며, 평균 인상률은 2.0%이다.
버거킹 관계자는 “원자재 및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며,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며 “버거킹은 앞으로도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버거킹뿐이 아니다. 맘스터치도 이달부터 버거류 가격을 평균 5.7% 올렸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으며, 신세계푸드와 롯데리아도 각각 평균 4.8%와 5.1%씩 올렸다. KFC도 메뉴별로 각각 100~200원 인상했다.
반면 가격인상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곳도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다. CJ제일제당은 이달 1일부터 올리기로 한 조미료 등 제품 17종의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고추장과 다시다 10종의 출고 가격을 최대 11% 올리기로 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가격 인상이 적용됐고, 편의점에서는 1일부터 가격이 조정될 예정이었다. CJ제일제당은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이달 1일부터 풀무원이 생수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풀무원은 당초 ‘풀무원샘물’과 ‘풀무원샘물 워터루틴’ 출고가를 평균 5%씩 인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는 당분간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주류업계는 소주, 맥주 등의 가격인상을 검토한 적도 없음에도 최근 업계 분위기에 휩쓸려 이름이 거론됐다. 정부는 주류업계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까지 나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결정한 조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