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한 날, 주식시장의 '큰 손' 외국인들이 이들 주식을 내다 팔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일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자 수익성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하루 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21일 하루에만 KB금융 주식을 약 56억원어치 시장에 내놓았다. 10만9282주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날 외국인들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주식도 8만7999주를 순매도하면서 23억원 가량을 증시에서 빼갔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인 20일 카카오뱅크를 86억원 순매수했으나 하루 뒤 곧바로 매도세로 전환했다. KB금융과 카카오뱅크의 외국인 지분은 각각 73.6%, 13.7%로, 금융주 시가총액 1~5위 가운데 이날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곳은 이 두 곳뿐이다.
KB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가 21일 대출금리를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예대마진이 낮아져 이전만큼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한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빼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고금리 바람을 타고 1년 전보다 이자이익이 각각 20.2%, 47.9% 불어나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익을 거뒀다. 하지만 높은 금리로 '돈 잔치'를 한다는 비판에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35%포인트(p), 0.55%p씩 낮출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최대 6.36%에서 6.06%로 내려가고, 전세대출 금리는 연 최대 6.03%에서 5.53%로 낮아진다. 카카오뱅크는 21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최대 0.7%p 인하해 4%대로 떨어뜨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로 금융소비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으며,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고객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자금만 빠져나간 게 아니다. KB금융과 카카오뱅크는 대출금리 인하를 밝힌 21일,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KB금융은 전날보다 0.2%(100원) 내린 5만600원을 기록했으며, 카카오뱅크는 1.34%(350원) 내린 2만5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역시 금융주 시가총액 상위 5곳 가운데 KB금융과 카카오뱅크만 이날 주가가 떨어졌다. 21일부터 우대금리를 늘린 우리은행은 시장이 대출금리 인하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전거래일과 동일한 1만23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자 장사' 비판에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은행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실효적 경쟁 환경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경쟁적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를 보고 있다"고 언급, 은행권이 이전과 다른 '대출금리 경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금리 억제 조치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산금리 축소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카드사 등 다른 금융사보다 여신 금액이 훨씬 많아 수익성 측면에서 대출금리 인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앞서 한차례 대출금리를 내렸는데 이후 고금리 비판이 높아져 은행으로선 또다시 금리를 내려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