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저축은행 창구의 금리 게시판.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8/art_16769373861442_0a8624.jpg)
[FETV=권지현 기자] 오는 23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금리 인하' 메시지를 연거푸 보내는 가운데 미국의 긴축 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금리 인하 대신 동결을 선택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려 3.50%로 결정했다.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으로,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2008년 12월 10일(4.00%) 이후 14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
'3.50%'는 한은 금통위원 대부분이 제시한 최종금리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시장은 2월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둬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6명의 금통위원 중) 최종금리 연 3.5%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본 위원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금통위 후엔 "시장에서 최종금리를 3.75%로 예상했던 사람들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며칠 뒤 이 총재는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며 직접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고금리에 대한 우려도 이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5%대 초반의 고(高)물가 흐름과 외환시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하지만, 연이은 금리 인상이 기업 등 실물경제와 취약 차주에 영향을 미쳐 경기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 현실이 금리 인상에 한계선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크다", "예대마진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도 시장이 2월 동결에 베팅하도록 했다. 소비자들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2월 금리전망지수는 한달 전보다 19포인트(p)나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은 한은에 부담이다. 현재 1.00~1.25%p인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자본유출이 거세질 수 있다. 수입물가도 부추겨 물가가 더 가파르게 뛸 수도 있다. 2월 기준금리 0.25%p 인상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실제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시장에 번진 긴축 완화 기대감은 최근 미국 고용지표와 1월 소비자·생산자 물가 상승률, 소매 판매 등이 전부 시장의 전망치를 웃돈 것으로 판명되면서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지난달 미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7% 올라 시장 예상치(0.4%)를 넘어섰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해 시장 예상치(6.2%)를 상회했다. 이 여파로 이달 초 1230원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20일 1294.5원까지 하락했고, 국고채 3년물도 20일 3.677%를 기록하는 등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골드만삭스의 분석팀은 1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강한 성장과 확고한 인플레이션 뉴스를 고려해 우리는 연준이 6월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 본다"며 "최고 금리 5.25~5.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UBS는 연준이 이보다 앞선 3월과 5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중국경제 상황도 기준금리 결정의 변수로 꼽는다. 중국은 이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2월 대출우대금리(LPR)를 6개월 연속 동결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금리를 내리기보단 관망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과 부동산규제 완화 등 다각적인 경기부양책은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일부 금통위원들이 지난달 '돌이켜 보면 작년 11월 전망 당시 중국 관련 성장의 하방리스크(위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상방리스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견해가 대두되는가 하면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까지도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점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 성장에도 상방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