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의 투자 시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이 사장 입장에선 더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기한이 제한된 단기차입 방식으로 투자금을 확보했다는 점도 이 사장의 투자 시계에 속도감을 키우는 이유중 하나다. 이 사장이 코오롱글로벌에서 인적분할때 챙겨 나온 현금성 자산과 차입을 통해 확보한 실탄 등 투자보따리를 어디에 풀어 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최근 2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 차입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 자금을 차입한 목적에 대해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확보로 명시했다. 이중 100억원은 시설대출, 나머지 100억원은 한도대출이다. 투자에 돈이 더 필요할 경우 1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200억원의 가용 현금을 늘리면서 사용 가능한 현금은 1000억원대로 늘어났다. 현금성 실탄이 늘어난 것은 코오롱글로벌 자동차사업부문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하면서 84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챙겼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투자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내다본다. 단기차입금은 성격상 1년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상반기중 투자 방향에 대해 대략적인 윤관이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200억원의 돈을 단기로 빌리면서 연 이자율과 만기일자를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늦어도 내년 초엔 차입금을 감아야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이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서면서 그 사용처에 대해서 관심이 쏠린다. 우선 주목되는 부문은 수입차 판매 확대를 겨냥한 지점 확대다. 현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과거 코오롱글로벌 당시 가지고 있던 자동차 사업부문 7개 팀과 스포츠센터운영 1개 팀을 인력과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의 국내 지점은 현재 90여개에 달한다. 매출 확대와 마케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점망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변에선 "경영능력 입증이라는 숙제를 안은 이 사장이 모르는 분야에 투자해 손실을 입는 것보단 잘아는 분야에 집중하는 효율적 투자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 수입차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실익이 작다는 반증도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감소하는 형세라 지점을 늘려도 기대 만큼의 실적을 올릴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규 등록한 수입차는 1만6222대에 그쳤다. 이는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2014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숫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전체 공급이 줄어든 데다 높은 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 때문이다.
기존 수입차 중심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지난달 스웨덴의 전기 바이크 브랜드인 케이크(CAKE)의 국내 유통을 책임지기로 하면서 수입차 중심의 판매 전략에 전기 바이크 분야를 추가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를 위해 강남에 체험형 스토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향후 강남 스토어 성과에 따라 점포망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관계자는 “정해진 계획안은 없지만 기존 사업대리점과 전기 바이크 케이크 대리점의 지점 확대가 될 가능성은 있다”며 “단순히 지점 확대뿐 아니라 기존 대리점의 개·보수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이같은 사업도 일정부문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직접 전기 바이크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제품을 받아 대리 판매하는 만큼 대규모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바이크를 수입해서 국내에 마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인 만큼 직접 만드는 것보다 리스크는 낮지만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