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약진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성장률 모두 하나-우리은행에 밀리면서 수년간 국민-신한은행이 독점해온 '톱(Top)' 지위에 지각변동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작년 당기순이익 3조1692억원을 기록,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첫 '3조 클럽' 입성이자 '리딩뱅크' 달성이다. 신한은행도 3조450억원을 거둬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하나은행에 1200억원 이상 뒤처졌다.
이외 국민은행은 2조9960억원, 우리은행은 2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를 다른 은행에 내준 것은 최근 5년래 이번이 처음이다.
![4대 은행 당기순이익 추이(단위: 억원).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7/art_16763331729073_6a1f6c.png)
순익 만이 아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성장률'에서도 1위 자리를 내줬다. 하나은행 순익은 1년 전보다 23.3%(5988억원) 증가, 4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이 22.9%(5440억원) 늘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22.1%(5506억원), 15.6%(4052억원) 성장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021년에도 각각 순익 성장률 27.9%, 74.3%를 기록해 신한은행(20.0%)과 국민은행(12.7%)을 앞지른 바 있다.
수년간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앞서 거니 뒤서거니 했던 국민-신한은행이 순익과 성장률에서 하나-우리은행에 밀린 것은 대기업, 중소기업 대출 영업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하나-우리은행은 증가세가 둔화한 가계대출 대신 우량기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적극 늘리면서 이자이익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금은 연초 대비 3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34.0%, 22.8%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대기업 대출의 경우 한 자릿수(1.4%) 증가세를 보였지만 중소기업 금융이 빛났다. 법인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9.7% 늘면서 하나은행(9.8%)과 비등한 성장을 이뤘다. 반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은 각각 7.7%, 6.8%였다.
![4대 은행 당기순이익 성장률 추이(단위: %).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7/art_16763331774229_a51ab7.png)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조달 능력도 국민-신한은행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금리인상으로 인해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자산을 늘리면서도 저원가성수신 감소세를 최대한 억제해 수익성을 높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하나-우리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개선돼 이전보다 큰 폭으로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작년 12월 말 기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NIM은 각각 1.74%, 1.68%로 1년 전보다 0.27%포인트(p), 0.26%p 좋아졌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NIM 개선폭은 각각 0.22%p, 0.16%p였다.
한편 은행권은 고금리 속 경제 상황 불안정으로 인해 올해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4대 은행 간 순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핵심저금리성예금이 감소하고 있고,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전망 등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들 은행들에 NIM을 둘러싼, 더 세밀한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김주성 하나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신용대출 등을 중심으로 대출 시장의 불안정이 계속되는 중"이라며 "올해는 작년 하반기와 유사하게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기흥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4분기부터 조달 비용이 올라 4분기 NIM이 정체됐는데, 올해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지만 조달금리와 예금 금리가 이전보다 높다"면서 "2, 3분기에는 NIM이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