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기영 기자] 보험개발원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보험산업의 ‘디지털 백년대계’를 세우는 데 앞장선다.
올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금융당국의 책임준비금 외부 검증 강화 방침에 맞춰 검증 솔루션 개발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사진>은 14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복합위기에 직면한 보험산업이 인지산업 중심의 과거 100년에서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100년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대 핵심 사업과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허 원장은 5대 핵심 사업으로 ▲디지털 대전환 대응 ▲인프라 디지털 전환 ▲현장 중심 종합 컨설팅 서비스 제공 ▲신시장 확대 지원 ▲자동차보험 도덕적 해이 관리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허 원장은 “빅데이터와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과 기술)를 기반으로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개발원이 보유한 보험 정보와 다른 업권의 금융, 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상품 개발, 고객 관리, 채널 분석의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를 제시할 계획”이라며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의 보험산업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관련 제도와 규제를 검토해 시장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로는 보험 정보와 은행 등의 금융 정보를 결합해 소득 수준별 금융상품 가입 현황을 분석하고, 노후 소득 부족 시 장수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안내하는 방안을 들었다.
허 원장은 또 “미래 신기술 확산과 기후 위기 대응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해 디지털 중심의 보험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래 신(新)모빌리티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모빌리티 관련 동향 조사와 상품 개발을 지원하겠다”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이용량 연계 보험(UBI), 지수형 날씨보장보험, 친환경 배터리 관련 보험 개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 [사진 보험개발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207/art_16763313403917_7a1c00.jpg)
이와 함께 허 원장은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인 IFRS17과 K-ICS가 시행됨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 컨설팅 제공 방안도 소개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된다.
허 원장은 “보험산업의 안정적 재무변동성 관리와 원활한 제도 안착을 위해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IFRS17 시행으로 장래 보험부채인 책임준비금을 결정하는 가정 산출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개별 보험사가 부채 산출 시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가정과 가정별 추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개별 회사의 특성을 반영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 원장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의무화된 책임준비금 외부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검증 솔루션 상용화 계획도 공개했다.
책임준비금 외부 검증 제도는 보험계리법인이 보험사가 계약자의 책임준비금을 충실하게 적립하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산출 방식이 복잡해지면서 산출 결과의 적정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보험개발원은 오는 4월까지 장기손해보험 현금흐름 산출 기능을 개발해 검증 솔루션 1단계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2월까지 생명보험 현금흐름 산출 기능 개발을 통해 2단계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 계리법인, 회계법인 등과 ‘책임준비금 외부 검증 개선 공동작업반(TF)’을 구성해 외부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차수환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9일 공동작업반 첫 회의에서 “보험사가 계약자의 책임준비금을 충실하게 적립하지 않을 경우 보험산업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밖에 허 원장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에 대응해 유병자보험, 반려동물보험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허 원장은 유병자보험에 대해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상품 개발 지원을 통해 고령 보험시장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보험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병자 위험률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간편고지 위험률 산출 및 관리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고령층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차별화된 연금사망률 적용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사람 대비 높은 연금액을 지급하는 유병자 연금보험 신규 도입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보험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동물병원 진료 후 가입자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고, 반려동물의 가입 연령 확대와 고액 치료비가 소요되는 중증질환 보장 위험률 산출로 다양한 상품 개발을 촉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