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현대모비스가 달라지고 있다. 해외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현대자동차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조성환 사장이 현대모비스의 지휘봉을 잡은 뒤 더욱 뚜렸하다. 조 사장 취임 2년 만에 2조원대에 머물렀던 비계열 수주 실적을 대폭 높이면서 그룹 의존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조 사장의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 안팎에선 "조성환 매직이 통했다"는 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그룹의존성이 높아 고민이 깊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부담도 한결 줄어든 모양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해외에서만 46억5000만 달러(5조7000억원 가량)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조 사장이 현대모비스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래 매년 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조성환 사장이 취임 전 해외에서 2조원대의 수주를 올렸다.
양호한 성적이지만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수주하는 금액이 워낙 커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현대모비스의 키를 쥔 조성환 사장은 취임 이후 해외에서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쳤다. 비계열 수주를 끌어올려 현대차그룹의 매출 비중을 낮추는 것이 계속기업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 사장은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와 유럽·일본에 현지 고객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완성차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맞춤형 영업에 공을 들였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생산거점 44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조 사장은 또 취임 첫해인 2021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 이어 작년과 올해엔 CES에 참가하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도 늘렸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9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에 섀시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유럽·일본·북미에서 섀시, 램프 등을 수주했다. 조 사장이 각국을 오가며 수주에 힘을 쓴 것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조 사장이 해외에서의 비계열 수주를 늘리면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50조원을 넘겼다. 취임 첫해였던 2021년 당시 4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지 1년 만에 다시 한번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조 사장이 현대모비스의 호황기를 이끌면서 그룹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하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어깨도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로부터 수주를 받는 것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 것이지만, 외부에서 봤을 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여건에 따라 매출과 영업 실적이 좌우되는 등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또 전동화 전환을 비롯해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가 빨라지는 상황도 그룹의존성을 줄여야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 사장이 해외에서 공격적인 수주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비계열사 고객 확대는 매출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룹 의존도를 낮춰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해외 투자자에게도 내실 있는 회사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도 현대모비스의 그룹 의존도 낮추기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해 지속가능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