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왼쪽)과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은행-KT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4/art_16749153614478_a6706f.jpg)
[FETV=권지현 기자] 신한은행과 KT가 4375억원 지분 맞교환을 통한 '혈맹'을 맺은 지 1년이 지났지만 협업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은행과 통신업에서 각각 1등을 노리는 기업들이 의기투합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서 두 공룡의 만남이 자칫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협력 범위가 광범위한 탓에 의미있는 결실을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은 KT의 공인전자문서센터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KT의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술이 적용된 공인전자문서센터를 활용해 신한은행 영업점과 본점에 페이퍼리스 업무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완성될 경우 문서 생성부터 완료까지 문서관리의 모든 단계들을 디지털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신한은행과 KT간 협력의 결과물이다. 신한은행과 KT는 지난해 1월 금융·테크 분야 협력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양사는 사업 협력을 위해 '지분 맞거래'를 선택해 금융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NTT도코모가 보유하던 약 4375억원(5.48%) 규모의 KT 지분을 취득했고, KT는 신한은행이 비상장사인 점을 감안해 역시 4375억원(2.08%) 규모로 신한지주 지분을 획득했다.
하지만 협약을 체결한 지 만 1년이 지났지만 양사는 공인전자문서센터 외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협력 사업 골자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사업 ▲금융업 특화 인공지능(AI)콜센터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 ▲대체불가능토큰(NFT) 자산 발행·거래 플랫폼 ▲국내 벤처 투자를 위한 공동 펀드 등 총 5부문이다. 협약 11개월 만에 내놓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사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결과물은 제로(0)인 셈이다. 은행지주-대기업간 전략적 협약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5개 핵심 부문 중 'AI콜센터'는 KT 올레tv 내 신한은행 채널에서 기가지니의 음성인식을 활용한 화상상담 서비스로, '국내 벤처 투자를 위한 공동 펀드'는 사내 스타트업 공동 발굴로 대체되는 모습이다. 모두 기존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양사는 KT플라자 두 곳에 융합점포도 만들었지만 이종업간 복합점포는 금융권에서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외 KT 알뜰폰 사업자 제휴·요금제 출시, 땡겨요·KT멤버십 공동서비스 추진 등이 파트너십 체결 이후 결과물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 NFT 자산 발행·거래 플랫폼, 국내 벤처 투자를 위한 공동 펀드 등 세 가지 부문에 있어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지만 지속 논의·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KT가 여러 딜 선택지 중 4375억원에 달하는 지분 맞교환을 택한 것은 공조의 안전핀을 만드는 동시에 실행력과 추진력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파트너십 체결식에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과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참석한 것은 협력을 통해 금융·통신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자 하는 두 공룡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파트너십 체결 당시 신한은행은 "업을 뛰어넘는 영역의 신사업과 솔루션, 디지털전환(DX) 등에서 신한은행의 디지털 컴퍼니를 가속화 할 수 있는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욱 KT 사장은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디지털 융합서비스로 신한은행과 함께 DX 성장의 새 패러다임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포부가 무색하게, 1년이 지나도록 두 기업이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 것을 두고 양사의 협력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시너지가 날 만 한 영역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벌이고 있는 사업이 워낙 많아 혈맹의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당시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내겠다고 천명한 사업은 '미래금융DX', '플랫폼 신사업' 등을 중심으로 5개 부문 총 23개에 달한다.
협약 진행 당시 신한은행과 KT 간 논의가 부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금융DX' 분야 중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 금융특화 AICC(AI컨택센터), AI 기반 언어모델 사업은 '데이터 협력 방안'이, '플랫폼 신사업' 분야 중 메타버스·NFT 관련 사업은 '수익 창출 모델 확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 가운데 1년이 지나도록 '새 패러다임'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업 추진의 핵심인 데이터 공유 및 수익 창출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큰 범위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행하고 있다"면서 "사업별 구체적인 내용은 데이터 공유 등 내부 이슈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신한은행과의 협력 사업에 대해 당장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현재 양사 협의 아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진전된 상황이 있으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