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자산운용 계열사에 '수익률로 말하라' 주문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새해 채권 부문에 한층 힘을 싣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은행 본점.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2/art_16734406508872_d8392e.jpg)
[FETV=권지현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은행, 증권,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들에 '수익률 제고'를 주문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채권운용본부 수장에 베테랑 트레이더를 영입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채권시장 경색에 '실적이 곧 실력'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자 자본시장 부문에 한층 힘을 줘 '수익률로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올해도 채권운용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연말 인사를 통해 이성희 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을 채권운용본부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이 본부장은 오랜 기간 외환시장 딜러로 활약했다. 1967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산업은행에 입행, 달러·원 데스크에서 외환딜러로 활동했다. 이후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겨 22년간 근무하며 서울지점 FICC(채권·외환·상품) 트레이딩 부서장 등을 지냈다. 하이즈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도 역임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새로 선임된 이성희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 상무. [사진 KB국민은행]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2/art_16734365146401_f56055.jpg)
지난 연말 인사에서 국내 은행 중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인사를 무게감 있게 중용한 것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그간 외국계 출신 딜러들은 은행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더 많이 선임돼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인사를 통해 국민은행은 자본시장그룹 2개 본부 수장을 모두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경험을 쌓은 중량급 인물들로 채우게 됐다. 자본시장 부문에서 '제대로 한번 싸워 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작년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마켓 대표를 지낸 유창범 전 대신증권 전무를 자산운용1본부장에 임명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이성희 본부장을 선임하면서 본부 이름도 바꿨다. 자산운용2본부를 채권운용본부로 변경, 채권 '전문성'에 힘을 실었다. 이에 자산운용1본부도 시장운용본부로 명칭이 달라졌다. 시장운용본부는 외환(FX)팀과 국고채 전문딜러(PD) 업무에 집중한 이자율팀 및 E-트레이딩팀 등으로 꾸려졌으며, 채권운용본부는 원화채권을 다루는 운용1부와 포트폴리오·외화채권을 담당하는 운용2부로 구성됐다.
국민은행이 올해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을 데려오고 아예 '채권' 간판을 달고 본부를 만든 것은 혹독한 채권시장 환경 속에서도 '실적을 내야 한다'는 의지가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통상 투자운용본부가 원화채권, 외화채권, FX 파트 등으로 나뉘지 않고 통합적으로 관리·운영된다. 이는 작년과 같은 채권시장 혹한기, 외부 환경에 따른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방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경영계획프리뷰회의에서 국민은행, KB증권, KB자산운용 임원들에게 수익률을 높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자산운용은 국민의 재산과 직결돼 있는데 수익률이 안좋으면 뭘로 말할거냐", "특히 수익률 제고가 중요한 만큼 합리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채권시장을 둘러싼 불안 심리가 지속되면서 채권·파생 평가손이 확대되자 딜링은 물론 낮아진 브로커리지 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작년 9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투자금융자산은 70.5조원으로 KB금융그룹 전체(112.1조원)의 63%에 달한다.
국민은행이 인재 영입, 부서 개편을 통해 채권 등 운용 전문성을 높이면 KB금융 전체의 자본시장 수익률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이 자본시장그룹 '새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KB금융 박정림 자본시장부문 총괄부문장과 하정 자본시장총괄, 강민혁 자본시장기획부장은 모두 은행과 증권에서 겸직하고 있다. 은행이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결국 그룹 해당 부문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실 기존에도 구분해서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직제 개편 때 상품명을 담아 업무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자산운용2본부에서 채권운용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다"면서 "그룹의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명칭 통일 등 전반적으로 직제를 개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