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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회장님의 마지막 메시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3월 임기만료...'6년 수장' 마침표
신년사서 '변화' 7번 언급...디지털·글로벌 확장 결실 맺어

 

[FETV=권지현 기자] "국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리딩 금융그룹의 영토를 확장해 나가겠습니다...(중략) 리더로서 시장이 인정하고 직원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확실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2017년 3월 취임사)

 

"금융업 전체를 아우르는 열다섯 개 그룹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창립 이후 최고의 성과와 함께 명실상부한 리딩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2일 올해 신년사)

 

6년 간 신한금융 호(號)를 이끈 조용병 회장이 마지막 신년사를 전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8일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용퇴 의사를 밝히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날 그는 기자들과 만나 "퇴임 후 남편, 아빠, 할아버지 자리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종료된다.

 

올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2017년 3월 취임 당시 약속한 '리딩 금융그룹의 영토 확장'과 '확실한 성과'를 2023년 1월 '열다섯 개 그룹사', '창립 이후 최고 성과'로 각각 대비시키며 임직원에 당당하게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6년 만의 임무 완수'인 셈이다.

 

이 기간 그를 대변하는 두 축은 '글로벌', '디지털'이었다. 실제 조 회장은 그간 쌓은 구력을 바탕으로 취임 첫해부터 공격적인 해외 행보를 펼쳤다. 특히 2017년 12월 손자회사 신한베트남은행과 ANZ Bank 베트남 통합 및 2018년 1~9월 이뤄진 멕시코신한은행 출범, 신한DS 베트남 출범, 신한자산운용 인도네시아 출범 사례는 지금까지도 보기 힘든 '글로벌 광폭 행보'로 꼽힌다.

 

결과물도 주목할 만하다. 조 회장 취임 첫해인 2017년 2180억원이던 글로벌 순익은 작년 9월 말 4310억원으로 5년 만에 2배가 됐다. 사상 최대 실적인 동시에 라이벌 KB금융그룹을 훨씬 능가하는 순익이다. 이에 신한금융에서 글로벌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두 자릿수(10.0%)를 기록했다.  

 

 

'디지털'의 경우 플랫폼 사업에 집중한 결과 작년 9월 말 은행·카드·증권 등 그룹 모바일 플랫폼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2100만명을 돌파했다. 플랫폼 전략은 비금융·신사업 영역의 확장도 불러왔다. 헬스·여행, 쇼핑, 자동차 관련 모바일 플랫폼 MAU는 350만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디지털 신사업 영업수익은 작년 3월 말 101억원에서 9월 말 31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금융권 처음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체 구축, 지난주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 디지털 박람회 'CES 2023'에 국내 은행 최초로 단독부스를 배정받았다. 조 회장은 그의 마지막 해외 출장을 CES로 결정하고 지난 5일 이 부스를 직접 찾아 찬찬히 살펴봤다. 

 

조 회장은 취임 후 그룹의 약점도 보완했다.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을 자회사로 삼아 신한생명과의 통합을 통해 2021년 7월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으며, 작년 6월에는 신한EZ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은행, 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였던 보험 부문을 강화해 굳건한 리딩금융이 되기 위함이었다. 취임 초기 GIB(글로벌투자금융) 부문과 GMS(고유자산운용) 부문을 신설하고, 은행·카드·증권 등 계열사의 중첩 사업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결집한 것도 모두 약점을 새로운 도전을 통해 강점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는 사이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과 총자산 규모는 눈에 띄게 불었다. 2016년에는 연순익이 2.8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개월 만에 4.3조원을 벌어들였다. 총자산은 2016년 396조원에서 작년 9월 말 696조원으로 300조원이 늘었다.

 

"지금 이 순간,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라는 교훈을 떠올리게 됩니다. 현재의 성과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인정받는 일류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 절박한 상황입니다. 변화하면 살아남고 안주하면 사라질 것입니다."

 

조 회장의 마지막 메시지는 '변화'였다.  

 

통상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실적이 악화하거나 시장이 급변할 때 절실하게 변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조 회장은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라는 말로 임직원들에게 성공에 취하지 말고 끊임없는 변화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얼마나 간절한지, 그는 신년사에서 7번이나 '변화'를 언급했다. 그 자신이 글로벌, 디지털 등에서 변화를 직접 실천했기에 힘줘 말할 수 있다. '성공 속 혁신'을 논할 타이밍도 좋다. 신한금융은 3년 만에 '리딩 금융그룹'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