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사진=롯데건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2/art_16733169062885_82f325.jpg)
[FETV=김진태 기자] 롯데건설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현철 부회장이 남다른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주목된다. 롯데건설의 지휘봉을 잡은지 2개월여만에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 지원을 이끌어 내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속썩였던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박 부회장이 단박에 해결한 것이다. 박 부회장이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신 회장이 주문한 시가총액 관리도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는 롯데건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등의 채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한 PF ABCP 등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매입하는 데 사용되는 방식이다.
롯데건설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작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거진 유동성 위기는 종식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 규모가 1조2000억원 수준이라 최근 조달한 자금만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롯데건설은 박현철 부회장이 새로운 선장으로 선임된 이후 45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완판하며 자금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롯데건설은 작년 말 전환사채 2000억원에 이어 지난 2일엔 공모사채 2500억원 등 총 4500억원의 회사채를 완판했다. 이번에 자금을 조달한 것까지 더하면 2조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 외에도 2~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화증권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종식됐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롯데건설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신동빈 회장도 발에 채우진 모래주머니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은 그간 롯데건설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20일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단기로 빌려줬다. 또 유상증자 형태로 857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문제는 롯데건설을 돕기 위해 자금을 내놓은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시장에서 평가 절하됐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재무안정성에 문제가 없지만, 롯데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이 계속 이어진다면 재무안정성에 훼손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롯데건설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롯데케미칼은 자금수혈을 결정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해 10월 18일 마감 기준 16만6000원이었지만 3일 뒤인 21일엔 14만4000원으로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10월 20일 롯데건설에 5000억원의 자금을 빌려주자마자 13% 넘게 주식이 빠진 셈이다.
사정은 롯데지주도 비슷하다. 롯데지주 역시 같은 기간 3만8700원에서 3만2100원으로 17% 넘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사흘 새 두 기업에서만 1조45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날아간 셈이다. 롯데지주의 경우 롯데건설 지분을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진 않지만,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인 데다 그룹 지주사인 만큼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자 신동빈 회장이 강조했던 경영지침도 흔들렸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7월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진이 모인 경영전략회의에서 시장 평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 지표가 ‘시가총액’이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그룹계열사마저 시장에서의 가치가 떨어지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지침에도 균열이 일었다.
신 회장의 경영지침이 롯데건설로부터 균열이 시작되는 듯 보였던 상황은 박현철 부회장 등판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박현철 부회장이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평가절하됐던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가치가 반등하고 있어서다.
롯데건설에 자금을 빌려주며 14만원대까지 떨어졌던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기준 18만5500원으로 올라왔다. 롯데지주 역시 이 기간 1주당 1300원이 급증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업계 전문가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불식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도매급으로 넘겨졌던 그룹계열사들도 시장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