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경영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대우건설이지만 현금유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를 늘린 탓에 현금이 묶인 데다 우발채무가 늘면서 받아야 할 돈을 적기에 받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올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초반대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수익성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대우건설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면서 같은 기간 5%대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은 8.15%를 기록하며 3%포인트(p) 가까이 올랐다. 순이익률도 4%대에서 2%p 넘게 증가하며 6.92%를 나타냈다. 지난해 초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치솟은 것을 고려하면 이번 수익성 개선은 놀라운 수준이다.
다만 수익성을 개선한 것에 비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대우건설은 2022년 1분기에도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272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분기엔 다시 현금이 유출되는 것보다 들어온 게 더 많아졌지만 3분기 들어 2713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가며 유출 규모가 커졌다. 벌어들이는 돈은 많았지만 정작 손에 쥔 현금은 줄었다는 이야기다.
대우건설이 벌어들인 돈이 증가했음에도 현금유입이 감소한 것은 원자재를 늘리는 재무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운영자금 현황을 보면 2021년에만 해도 영업활동자산이 매분기 마다 1000억원이 넘게 감소했는데 2022년 1분기 이후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재고자산이 매출로 전환되는 것보다 사들이는 재고자산이 더 많았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살펴보면 2020년 말 기준 1조4793억원에서 2조원을 훌쩍 넘겼다. 2년 새 1조원 가깝게 재고가 늘어난 셈이다. 재고자산을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미착품의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미착품은 87억원에서 1075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미착품은 수입이나 수출을 했는데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은 자산을 말한다.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해 우발채무 규모가 늘어난 것도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는 같은 기간 8000억원대에서 1조2607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청구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문제는 미수금이다. 미청구공사는 말 그대로 청구하지 않은 금액이지만 미수금의 경우 청구했음에도 받지 못한 돈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미수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701억원 인데 전 분기보다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우려되는 사업장은 수원팔달 8구역이다. 해당 사업지는 수원 매교동 인근에 지하 2층, 지상 20층 52개동 3603세대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공사비만 6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2분기만해도 미청구공사와 미수금이 전혀 없었던 사업장이 3분기 들어 700억원이 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 게다가 해당 사업장의 공사 진행률은 100%다. 공사를 완료했는데도 해당 진행분에 대한 기성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성금은 공사 진행에 따라 받는 대금을 말한다.
우발채무가 늘면서 대우건설의 전체 채권 규모도 증가세다. 대우건설의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내역을 보면 2021년 3분기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던 같은 해 4분기 이후 매 분기 늘었다. 매출채권은 나중에 돈을 받기로 하고 먼저 일을 해주는 것을 말하는 데 대우건설의 매출채권이 점차 늘어난다는 것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우건설의 수익성이 늘어나는데도 현금흐름이 줄어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