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1/art_16726506578427_929985.jpg)
[FETV=장기영 기자] “현재 경영환경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새로운 위기와 기회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뷰카(VUCA)’가 일상화된 ‘복합 불확실성’ 환경이 도래했다.”(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2023년은 대한민국 보험업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보험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과 불안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영구적 위기)’ 도래, 산업의 주도권이 완전히 고객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 등 보험업은 ‘불확실 속의 위기’라는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2023년 새해를 맞이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경영환경을 전망하면서 나란히 ‘위기’를 강조했다.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CEO들은 어느 해보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돼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보험사 CEO들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상품 차별화, 판매채널 다각화를 통한 영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제시했다.
CEO들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高)수익성 상품 위주의 상품 차별화를 추진한다.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도전적인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이익 기반의 내실경영 전략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의 기틀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특히 새 회계제도 하에서 보험계약 평가 방식의 변경에 따라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상품 위주로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사업비의 효율적 집행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DB손해보험 신임 대표이사 정종표 사장도 신년사에서 “선제적 상품 개발과 전략적 가격 책정을 통해 상품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CSM 극대화를 위해 전략적 상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보유계약 구조 개선 활동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이사 이환주 사장 역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경험의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보험사들의 상품 전략 변화는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과 K-ICS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된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보험영업수익은 수취한 보험료를 모두 인식하지 않고 제공된 보험서비스를 기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와 함께 CEO들은 기존 전속 보험설계사 외에 법인보험대리점(GA)과 온라인 등 판매채널 다각화에도 힘을 쏟는다.
특히 지난 2일 대형 GA 피플라이프 인수를 완료한 한화생명 여승주 사장은 “국내 보험시장에서 GA는 신계약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채널”이라며 “고객과 설계사가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GA채널에서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피플라이프 인수에 따라 기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을 포함해 총 3개 GA, 설계사 2만4000명으로 구성된 거대 GA 연합을 결성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대형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제조+판매)분리’ 단행한 바 있다.
하나생명 신임 대표이사인 임영호 사장 역시 같은 날 취임식에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종합 생명보험사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시장 흐름에 부합하는 영업채널 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인 하나생명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방카슈랑스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CEO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방침을 ‘복합 불확실성 환경에 대비하며 디지털 시대 성장동력을 가시화하자’로 정했다”며 “다양한 데이터 확보와 활용 역량은 디지털 시대에 기업 혁신과 성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외부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 최적의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보험업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이노스테이지’ 운영,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통한 전략적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표 DB손보 사장은 “펫보험, 헬스케어 등 본업과 연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해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빅테크에 대응한 디지털 기반의 사업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창출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은 “디지털 생태계 투자 확대, 해외 지분투자 등 수익 기반 다양화와 신성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데이터 분석 등 분야별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해 임직원들의 역량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