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로 토끼띠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토끼는 십이간지 중 네 번째 동물로 큰 눈과 귀, 긴 뒷다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토끼는 총명함과 민첩함, 경청, 화합을 상징하며, 뒷다리가 길어 잘 뛰므로 나쁜 기운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어 벽사(辟邪)의 기능을 한다고 전해진다.
올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소비둔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 등으로 복합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어 어느 때보다 금융회사 CEO들의 '총명함'과 '민첩함'을 필요로 한다. 계묘년을 돌파해 갈 금융권 '토끼띠 CEO'들을 살펴본다.
1963년생 금융권 CEO들은 증권업계에 대거 포진해 있다. 지난해 증권사 당기순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 뚝 떨어진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이들의 묘수가 올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 토끼띠 CEO 대다수가 연임를 통해 안정과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잡은 것도 특징이다.
먼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대표적인 토끼띠 금융인이다. 경성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에서 경영관리 석사를 지냈다. 지난 2005년 5월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으로 취임한 뒤 약 15년 만인 2020년 3월, 지주 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내년 경기침체를 의식, 지난 연말 인사에서 기존 경영진을 전원 연임시켰다.
KB증권 박정림, 김성현 대표도 토끼띠다. 박 대표는 영동여고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석사를 취득했다. KB국민은행에서 전무, 부행장을 지내고 2017년 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KB증권 사장에 올라 증권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박 대표가 은행원으로 시작했다면, 김 대표는 정통 증권맨이다. 순천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신증권, 한누리투자증권을 거쳐 2017년 KB증권 부사장이 됐다. 두 대표는 지난달 KB금융지주 인사에서 올해 1년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1963년생 토끼띠다. 2018년 3월부터 5년간 NH투자증권을 이끈 '장수 CEO' 정 대표도 역시 연임에 성공했다. 이외 김신 SK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환 대신증권 대표,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도 올해 눈 여겨 볼 토끼띠 금융인이다.

은행권에선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가 1963년생 토끼띠 CEO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환은행에 입행 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서 재무총괄(CFO), 그룹 인사총괄 등을 지냈다. 작년 3월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 CEO에 올랐다. 안감찬 부산은행장, 박우혁 제주은행장도 이 내정자와 올 한해를 뛸 토끼띠 은행장이다.
보험업계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대표적인 토끼띠 금융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9년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 증권부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화재를 거쳐 2015년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긴 뒤, 지주 부회장, 화재 부회장에 잇따라 올랐다. 김 부회장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두터운 신뢰 아래 금융권 전례 없는 다양한 시도를 단행했다. 최근 보험·증권사의 상장폐지를 결정,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통합하기로 해 금융권의 이목을 받았다.
각각 2019년,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변재상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도 토끼띠 CEO다. 이외 안철경 보험연구원장도 보험업계 1963년생 인사다.
카드·여신업계 중에선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가 올해 뛸 토끼띠 금융인이다. 이외 배일규 아시아신탁 대표, 정지호 신한아이타스 대표, 이병철 신한신용정보 대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박종석 금융결제원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등도 활약 기대를 모으는 금융권 토끼띠 CEO다.
1975년생 토끼띠 금융사 CEO도 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김준기 창업 회장의 장남으로, 2018년 DB손해보험 부사장을 지낸 뒤 2020년 7월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여성 보험사 CEO로 주목받은 조지은 라이나생명보험 대표와 40대 나이에 부사장에 오른 박준규 삼성생명 부사장도 1975년생 토끼띠 금융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