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삼성물산의 운영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도 불고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1조원이 넘는 데다 재무건전성도 이상적 비율을 유지하는 등 곳간이 여전히 넉넉하기 때문이다. 회사 금고에 쌓아둔 현금도 5조원에 육박,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거진 유동성 위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운영자금은 2020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지난 2019년만해도 2000억원대에 그쳤던 운영자금이 2020년 들어 2배가 넘는 5959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운영자금은 이보다 더 많은 9257억원이 투입됐다.
삼성물산의 운영자금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에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운영자금을 구성하는 공사미수금 및 미청구공사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사와 관련해 발생한 만큼 원활한 회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고부담이 커진 것 또한 상사부문의 트레이딩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점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결반영 영향 등에 기인하고 있어 실질적인 부담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삼성물산의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현금흐름이 양호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 이유중 하나다. 삼성물산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7708억원에서 지난해 1조1957억원으로 5000억원 가깝에 증가했다. 비율로 보면 55.1% 올랐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2년 새 절반 넘게 늘어난 셈이다.
안정적인 재무건전성도 장밋빛 전망을 뒷받침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 기준 89.92%로 전년 동기대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통상 200% 이하를 안전한 것으로, 100% 이하를 이상적으로 본다.
삼성물산의 부채비율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배경은 최근 차입금이 늘어난 탓이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자금 조달에 장기차입금이 일부 활용됐으며, 건설 및 상사부문의 운전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단기차입금이 증가했다.
삼성물산의 총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3조2643억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6조5023억원으로 늘었다. 연결 자회사가 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차입금 등의 영향 때문이다. 이처럼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삼성물산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곳간에 현금을 넉넉히 보유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대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이 기간 쌓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조7821억원이다. 작년 말 삼성물산이 쌓은 현금성 자산이 3조원 초반대로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2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쌓은 셈이다.
즉, 삼성물산의 경우 사업 진행을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한 데 대출이 막히면서 사내에 쌓아둔 막대한 현금이 효자로 작용하는 셈이다. 보유한 현금이 넉넉하지 못한 일부 건설사의 경우 그룹의 자금을 수혈받는 등 부족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는 “삼성물산은 운영자금 부담 증가 등으로 향후 자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현금흐름이 우수한데다 풍부한 가용 자산 등을 고려하면 향후 발생할 자금 소요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