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0'.
국내 금융회사 중 글로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RE100'에 가입한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증권의 재생에너지 구매실적이다. 비용 부담과 재생에너지 기반시설 부족 등 제약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금융권의 이행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RE100 가입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중 RE100 가입기업인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증권은 재생에너지 구매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했지만 출발조차 못했다는 뜻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열, 바이오,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 세계적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2022년 기준 총 3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공공부문의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등 총 25개 기업이다. 이중 금융사는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증권 단 두 곳으로, 이들 회사는 국내 금융사의 친환경 기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작년 9월 선제적으로 RE100에 가입했다.
하지만 가입 1년이 지나도록 국내 금융권 RE100의 결과물이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 RE100 가입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간주하는 녹색프리미엄 구매,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공급인증서(REC) 구매,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일정 기간 계약된 가격으로 전력을 거래하는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RE100을 이행한다.
녹색프리미엄은 REC보다 구매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평균 입찰가가 ㎿h(메가와트시)당 1만원 선으로 REC(1REC=1㎿h)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내 25개 가입기업들이 올해 가장 많이 선택(12곳)한 방식이 녹색프리미엄 구매였다. 직접PPA도 선호도가 높다. RE100 수요기업들이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리스크를 회피하고, 장기간에 걸친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은 현재까지 녹색프리미엄은 물론 PPA·REC 구매 실적이 '0'원이다. 가입 이후 실제 이행 시도는 없었다는 의미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용이 비싸고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녹색프리미엄 구매의 경우 실제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기여도 검증이 쉽지 않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받지 못해 미국·유럽 등이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역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질서에 혼란이 생긴 점도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주춤거리게 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부터 직접PPA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중개를 하는 제3자PPA 제도를 이용해야 했는데, 직접PPA를 통해 전기사용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에게서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3개월 뒤인 지난달, 산자부는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통해 정부가 오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작년 10월 설정한 수준(30.2%)보다 8.6%포인트 떨어진 21.6%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까지 RE100 이행 실적이 없지만 계속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녹색프리미엄 구입을 검토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증설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제3자PPA, REC 장기구매계약 등 에너지믹스를 통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PPA 체결을 우선 검토하고, PPA 체결이 여의치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REC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데, REC의 경우 장기적인 가격 변동성에 노출돼 있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