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251/art_16716056307361_4e83c4.jpg)
[FETV=장기영 기자] 보험업계가 내년부터 자동차보험료는 2%대 인하하고, 실손의료보험료는 8%대 인상한다.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은 높이고 실손보험료 인상율은 낮추라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는 내년 2월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2.5% 인하할 예정이다.
책임개시일 기준 KB손보는 25일, 현대해상은 26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2% 인하한다. 메리츠화재는 27일부터 가장 높은 2.5%의 인하율을 적용한다.
손보사들은 당초 자동차보험료 1%대 인하를 추진했으나, 인하율을 높이라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2%대로 인하율을 높였다.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달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자동차보험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빅4’ 손보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이 자동차보험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가계 주머니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깃들 수 있도록 더 많은 손보사가 동참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촉구했다.
앞서 성 정책위의장은 9월 30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고환율,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할 손보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 역시 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된 점을 들어 보험료 인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4개 손보사의 올해 1~3분기(1~9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5%로 전년 동기 78.9%에 비해 0.4% 하락했다.
이 같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에는 지난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차량 운행량 감소로 사고가 줄어든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손보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관련해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자발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낮아진 사고율과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효과 등을 감안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손보 관계자는 “그동안 누적된 자동차보험 적자와 겨울철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 정비수가 인상 요구에 따른 보험금 원가 상승 등으로 자동차보험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도 “고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과 대조적으로 당초 10%대로 예상됐던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8%대로 낮아졌다.
손해·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 실손보험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8.9%다. 지난해 약 14.2%, 2021년 약 10~12%에 비해 인상폭이 축소됐다.
실손보험료 인상률 책정에도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실손보험 상품 유형별 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1세대(구 실손보험) 6%대, 2세대(표준화 실손보험) 9%대, 3세대(신 실손보험) 14%대다. 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지난 2017년 4월 출시 이후 5년여간 요율이 동결돼 상대적으로 요율 조정폭이 크다.
지난해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동결한다.
다만,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보험사의 평균 수준으로, 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가입 상품의 갱신 주기와 종류, 연령, 성별, 보험사별 손해율 추이 등에 따라 적용되는 인상률이 다를 수 있다.
한편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의 4세대 실손보험 계약 전환 시 보험료 특별 할인 기간은 올해 12월 말까지에서 내년 6월 말까지 6개월 추가로 연장한다.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을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준다.
보험료 특별 할인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됐으나, 올해 12월 말까지 6개월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장 범위와 한도는 기존 실손보험과 유사하지만, 보험료는 대폭 낮춘 상품이다. 자기부담비율을 급여 20%, 비급여 30%로 조정하고,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형걸 손보협회 장기보험부장은 “그동안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위험률 조정 요인 등 객관적인 통계자료에 기초해 실손보험료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산정을 추진해왔다”며 “보험사기 등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방지해 실손보험의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