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은행권에 '1966년생, 50대 행장' 시대가 열렸다.
특히 국내 '리딩뱅크'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동갑내기 수장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곳곳에서 내년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전날 차기 신한은행장에 한용구 신한은행 영업그룹장(부행장)을 낙점했다. 신임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한 부행장은 이미 '영업통'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현재 신한은행 영업채널을 총괄하는 만큼 상품 판매 전략은 물론, 여수신 상품과 건전성 관리 등 은행 현안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영업그룹을 맡으면서 영업점 성과평가 체계와 채널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전국 모든 영업점에 방문, 정책 방향성을 직접 설명하고 나선 것이 회자되기도 했다.
1966년생으로 청주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한 부행장은 신한은행에서 지점장, 퇴직연금사업부장을 지냈다. 이후 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작년 1월 부행장에 오른 그는 2년 만에 행장 직함을 달게 됐다. 타이밍도 좋다.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은 누적 당기순이익 2조5925억원을 기록, 라이벌 국민은행(2조5506억원)을 2016년 이후 6년 만에 앞질렀다.
한 부행장과 리딩뱅크를 다툴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1966년생이다.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지점장을 거쳐 KB금융지주 재무총괄 상무를 지낸 '재무통'이다. 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낸 뒤 올해 1월 행장에 올랐다. 당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은행장 가운데 최연소로 주목을 받았다.
이 행장은 이제 막 임기 1년을 보냈지만 국민은행의 영업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신한은행장과의 한판 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여신 부문을 성장시켰다. 지난 9월 말 국민은행의 기업 원화대출금은 162.9조원으로 연초(148.6조원) 대비 9.6%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8.6% 증가했다.
JB금융지주 계열 광주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선임된 고병일 부행장도 1966년생 은행장 대열에 합류한다. 금호고,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입행한 광주은행 32년 토박이로 지점장, 종합기획부장, 영업1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다. 현재 자금시장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고 부행장의 장점은 '넓은 인맥'이다. 원만한 대인관계로 금융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인맥 지도를 형성, 지역 영업기반을 넓히는 데 큰 덕을 봤다. 광주은행은 내년 1월 1일, 새 행장을 맞아 지역 밀착 경영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도 1966년생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서 행장은 케이뱅크 대주주였던 KT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의 첫 은행장이다. 카드(현대카드), 증권(현대차증권), 보험(현대라이프생명) 등 금융업 전반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한국타이어에서 전략과 마케팅 분야를 총괄했다. 작년 2월 제3대 케이뱅크 행장으로 취임했다.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재임 기간이지만 금융권이 느끼는 그의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디지털', '기업'보다 '은행업'에 방점을 둔다는 그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은행 정체성을 강조하기에 직함으로 '은행장'을 사용한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다른 인터넷은행들이 최고경영자(CEO)에 '대표이사'를 붙인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뱅크는 올 한 해 선제적으로 금리 정책을 펼치며 금융권에서 전례 없는 주목을 받았다. '진격의 케이뱅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례로 '파킹통장'에 금리 2.7%를 제공, 지난해 10월 0.5% 수준에서 1년여 만에 5배가량 금리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고객 유입에 성공해 올 3분기 순익 256억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