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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망신으로 끝난 '금융검찰' 금감원 소송

금감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DLF 징계 취소소송 '3패'
검사출신 이복현 원장 취임 2개월만 상고..."제재 정당성 높여야"

 

[FETV=권지현 기자]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벌인 3번의 법정 싸움에서 모두 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 결정이 아니었냐는 지적과 함께 제재의 정당성 확보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사와 임직원들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는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을 상대로 낸 파생결합펀드(DLF) 부실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1월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급심과 대법원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승소를 확정했다. 금감원이 연거푸 소송에 돌입했지만 결국 망신만 당하고 끝난 셈이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사 CEO에 대해 상고를 결정한 사안인 데다 현직 금융사 CEO가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 더 주목도가 높았다. 특히 금감원은 2심 판결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상고를 결정했다.

 

당시 금감원이 상고를 하며 내건 명분은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 내부통제 관련 법리를 명확하게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었다. 당초 법률적으로 법리가 덜 완성된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금감원의 '성급한' 상고를 방증이나 하듯 이날 판결에서 금감원이 손 회장을 징계하면서 제시한 '판매금융상품 선정절차 생략기준 미비',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 점검체계 미비' 등 5개 사유 모두가 징계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심은 "법리를 오해한 피고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최종심인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리적 해석에 문제가 있는가를 다투는 것이기에 1, 2심의 판단을 법리적으로 반박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탄탄한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금감원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이 소송에 임할 때는 법원의 판결이 조직 기강은 물론 향후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혹 잘못된 법리를 적용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DLF 중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다투고 있다. 지난 3월 1심에선 금감원이 이겼다. 하지만 손 회장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함 회장 2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금감원이 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본 손 회장 2심 판결은 '실효성의 의미를 행정처분 대상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된다'고 판결문에 명시, 금융기관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예견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감원의 지적은 금융사에 사후적인 결과 책임을 묻는 것에 불과하다는 하나은행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함 회장과의 2심도 금감원이 패소한다면 CEO 제재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관심은 손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DLF와 같은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은 CEO들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모이고 있다. 징계 취소소송이 줄지을 경우 금감원은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된다. 

 

현재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김형진 전 신한투자증권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에게 각각 '직무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경고를 받았으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역시 같은 징계를 받았다. 현재 손 회장도 라임사태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이번 판결을 보고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여부와 삼성생명의 요양병원비 지급 의무를 두고 금감원과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던 경우가 떠올랐다"면서 "금감원의 CEO 제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금융사에 굉장한 타격이므로,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좀 더 법률적 요건과 사실관계를 잘 따지는데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