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보험업계, 자금 경색에 兆단위 ‘마통’…유동성 확보 총력

 

[FETV=장기영 기자]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 우려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이 잇따라 조(兆) 단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있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조기상환권) 미이행 사태의 충격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 등으로 자금 수요가 집중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단기차입금 한도를 1조4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기존 단기차입금 한도 1300억원의 11배에 달하는 규모다. 기존 한도는 전액 당좌차월 한도다.

 

단기차입금은 금융기관 등 외부로부터 빌리는 만기 1년 이내의 차입금이다. 단기차입금 한도 증액은 유사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늘린 것이다.

 

신한라이프는 향후 당좌차월 4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1조원 한도 내에서 차입을 실행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전반적인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만일의 경우 안정적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자금 차입 한도를 미리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을 비롯해 다른 보험사들도 단기차입금 한도 증액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삼성생명은 기존 RP 매도 잔액 2000억원을 포함한 단기차입금 한도를 3조6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최근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대한 주요 보험사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푸본현대생명은 기존 PR 매도 잔액 5000억원, 당좌차월 한도 13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의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보했다.

 

삼성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유사시 각각 내년 12월 말, 3월 말까지 차입을 실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 롯데손해보험도 이달 7일 이사회에서 기존 RP 매도 승인액 500억원을 포함한 단기차입금 한도를 15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시장과 회사의 상황에 따라 내년 12월 말까지 차입을 실행하기로 했다.

 

롯데손보 관계자 역시 “적정 유동성 유지를 위해 단기자금 차입 한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이 같이 잇따라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대한 것은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로 향후 원활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와 함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 결정을 번복한 흥국생명 사태의 후폭풍이 불안감을 키웠다.

 

흥국생명은 지난 10월 말 5억달러 규모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을 위한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자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지면서 지난달 7일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번복했다.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만기 해지와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에 따라 집중된 자금 수요도 단기 차입 필요성을 높였다.

 

특히 삼성생명, 푸본현대생명과 같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큰 보험사들은 만기 도래가 집중되는 연말, 연초에 대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다. 올해 8월 말 퇴직연금 자산은 삼성생명이 25조2893억원, 푸본현대생명이 9조620억원으로 각각 업계 1위, 2위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연말에는 퇴직연금 만기가 몰려 있어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도 능력이 되는 회사만 뚫을 수 있다”며 “단기차입금 한도 증액은 유동성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노력과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