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낙점됐다. 사진은 지난 7월 진 행장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FETV DB] ](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249/art_1670526641741_febffa.jpg)
[FETV=권지현 기자] "100년 신한을 위해 바닥을 다지라는 조용병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뜻으로, 제게 큰 사명을 주신것 같아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여러 추측을 남겼지만,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끈 조용병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다. 트레이드마크인 미소를 반영해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진 행장은 자신의 역사를 새로 쓸 채비를 하게 됐다. 타이밍도 좋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3조원을 기록, 라이벌 KB금융그룹을 2년 만에 제쳤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진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성재호 회추위원장은 "진 행장은 SBJ은행 법인장과 신한은행장 등을 지내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 행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2026년 3월까지 신한금융을 이끌게 된다.
◆ 끝나지 않은 '상고 신화'
진옥동 행장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1980년 중소기업은행에서 은행원으로서 첫 발을 뗐다. 1986년 11월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명동지점, 여신심사부, 국제업무팀 등에서 일했다. 은행을 다니면서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도 받았다.
금융권에서 상고 출신 인물들이 이전만큼의 두각을 내지 못하면서 '고졸 신화'가 저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3월 강경상고를 졸업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데 이어 진 행장까지 회장직에 오르게 되자 상고 출신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주상고를 나온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포함하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3명이 상고 출신 CEO다.
◆ 속도 내는 금융권 '세대교체'
진 행장의 '회장행'으로 금융권 세대교체 바람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1년 2월생으로 만 61세인 진 행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금융사 CEO다. 내년 11월까지 KB금융을 이끌어 갈 윤종규 회장은 1955년생,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1956년생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는 말로 용퇴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간 금융권은 세대교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수적인 인사를 해왔다. 이는 40대 CEO를 배출한 비금융권과 비교된다. 1950년대 생으로 60대 중반이 훌쩍 넘는 금융사 CEO가 대다수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 3월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1974년생), 올해 1월 이재근 KB국민은행장(1966년생)이 잇따라 선임되면서 이전보다 CEO들이 젊어지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과 비교하면 금융권은 세대교체라는 말이 민망한 수준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70대 최고경영자들이 금융권에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인사는 분명한 세대교체"라고 말했다.
◆ 다시 한번 확인된 '재일교포의 힘'
진 행장이 신한금융 4대 회장에 낙점된 데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이 1981년 4월 재일동포들이 탄생의 필요성을 세상에 알리며 태동한 만큼, 일본과 연이 깊은 진 행장이 재일교포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신한금융은 사외이사진 중 일부를 재일교포 주주 추천 인사 몫으로 정하고 있다. 총 12명 중 박안순(일본 대성상사 주식회사 회장), 김조설(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 배훈(전 재일한국인변호사협회 이사), 진현덕(전 사쿠신가쿠인대학 경영학부 객원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가 재일교포 주주 추천 인사다. 이번 회추위는 심층 면접과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표결에 사외이사 전원을 참여시켰는데, 이들은 만장일치로 진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뽑았다.
진 행장은 내부에서 손꼽히는 '일본통'이다. 1997년 7월 신한은행 오사카지점 차장을 맡으면서 일본과 연을 시작한 그는 이후 국내 업무를 거쳐 정확히 12년 뒤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 오사카지점 지점장을 맡았다. 2014년 SBJ은행 법인장, 이듬해 사장을 지낸 뒤 2017년 귀국했다.
◆ "그룹 회장이 되려는 자, 은행장을 노려라"
차기 회장이 된 진 행장을 통해 '은행장 → 금융그룹 회장' 공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신한금융만 해도 1대 라응찬, 2대 한동우, 3대 조용병 회장 중 은행장을 지내지 않은 인물은 한동우 전 회장 한 명뿐이다. 그렇다고 그가 은행과 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전 회장은 신한은행 상무이사, 부행장을 지낸 뒤 신한생명 사장을 거쳐 그룹 회장에 올랐다.
과거 금융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 은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관료, 학자 출신들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 금융그룹 회장직이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은행장은 회장으로 가는 통로가 됐다. 이는 은행이 그룹 순익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현재 4대 금융 회장은 모두 은행장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