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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외형 성장과 맞바꾼 자본관리 역량

9월말 평균 레버리지비율 5년래 '최저'...국민>하나>우리순 하락
대출증가 등으로 위험노출액 급증 영향..."자본 질적 개선 힘써야"

 

[FETV=권지현 기자] 올해 국내 대형은행들이 금리 인상 바람을 타고 역대급 이자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자본의 질적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는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경기 불황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이들 은행들이 자본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9월 말 기준 단순기본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 평균 5.10%를 기록했다. 1년 전(5.61%)보다 0.51%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2년 전(5.74%)보다는 0.64%p 하락했다.

 

'레버리지비율'은 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한 국제기준 바젤Ⅲ 하에서 등장한 자본완충력 개념이다. 기본자본(Tier1)을 대출자산과 파생상품·부외항목 등 감독목적 재무제표상의 모든 위험노출액(총 익스포져·EAD)으로 나눠 구한다. 국제결제은행(BIS)비율과 함께 금융사의 '위기 대처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BIS비율이 대출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둬 자산을 조정해 반영한다면 레버리지비율은 위험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아 자본을 좀 더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환경 변동성을 고려해 레버리지비율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 자금공급 기능을 담당하면서 BIS비율이 실질적인 자본완충력을 대변해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BIS비율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표가 레버리지비율"이라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의 이번 레버리지비율은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년 9월 말 평균 6%에 육박하던 레버리지비율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5%대 중반 수준이었으나 올해 5.1%로 급락, 5%대를 겨우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레버리지비율 하락폭이 가장 컸다. 작년 9월 말 레버리지비율 6.15%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6%대를 보여 대형은행 '자존심'을 지킨 국민은행은 올해 0.69%p 떨어져 5.46%를 나타냈다. 하나은행이 5.57%에서 5.02%로 0.55%p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0.42%p, 0.37%p 레버리지비율이 악화됐다.

 

대형은행들이 이처럼 5년래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것은 총 익스포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출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과 연관이 깊다. 이자이익 급증으로 순익이 크게 늘어 기본자본이 증가했지만 기업여신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의 상승세가 워낙 커 총 익스포져 금액이 더 크게 불어난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올 3분기 말 기본자본은 31조8022억원으로 1년 전(31조5997억원)보다 0.64%(2025억원) 늘어난 반면 총여신액은 335조3271억원에서 365조5335억원으로 9.01%(30조2064억원) 증가했다. 이는 총 익스포져가 514조2139억원에서 582조8300억원으로 13.34%(68조6161억원) 급증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신한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3분기 순익이 선방해 기본자본이 작년 9월 말 28조2674억원에서 올해 29조2327억원으로 3.41%(9653억원) 늘어난 신한은행은 총여신액이 298조5039억원에서 322조6057억원으로 8.07%(24조1018억원) 더 크게 늘었다. 이에 총 익스포져는 509조6736억원에서 564조4181억원으로 10.74%(54조7445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환율이 급등해 해외사업장(지점·사업소·관계기업)의 자산이 증가한 점도 총 익스포져의 증가를 가져와 레버리지비율을 끌어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9월까지 내내 1100원대를 형성했으나 올해는 '킹달러'에 원화가치가 급락,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4대 은행의 주력 해외 사업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환율도 크게 뛰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총 익스포져가 증가해 레버리지비율이 하락했다"며 "자산 증가에 따른 익스포져 증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표시 자산, 해외자산 등 외화자산 증가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자산성장 속도가 빠르게 상승했으나, 최근 환율과 금리상승 등 대외적인 변수들 발생해 레버리지비율이 하락했다"면서 "다만 단순기본자본비율의 절대적 수치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을 내포하는 대출자산 증가 등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만큼 국내 대형은행들이 자본의 질적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금리 인상 바람을 타고 총자산 500조원, 연순익 3조원 안팎으로 역대급 성장을 거둔 4대 은행 가운데 레버리지비율이 개선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본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레버리지비율은 중요한 자본적정성 평가지표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이 비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