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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곳간 줄어도 미소 짓는다는데…왜?

작년 대비 현금성 자산 ‘반토막’…선박 건조량 늘었다는 ‘반증’
천정부지 치솟던 후판 가격도 하락 전망…노조 리스크는 변수

[FETV=김진태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곳간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을 바라보는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시선은 이례적일 만큼 긍정적이다. 이유는 조선업계의 특성상 선박 건조물량이 늘어날 수록 현금 자산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후판 가격도 점차 안정되면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금인상을 두고 노조와 샅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개선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말 연결기준 1조1506억원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조1249억원이다.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1조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현금성 자산의 내역을 보면 같은 기간 단기금융상품은 2배가량 올랐지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줄어든 현금이 늘어난 실적을 증명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안팎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 자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음에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업계 특성과 연관된다. 조선업계는 통상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수주가 늘어나면 선박을 인도하기 전까지 현금성 자산이 줄어드는 구조다. 헤비테일은 배를 인도하는 시점에 총금액의 60~80%를 지급하는 계약 방식을 말한다.

 

첫 수주 당시 선수금과 중간 정산되는 인도대금으로는 선박 건조에 투입되는 현금 유출분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늘어난 수주에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이 기간 18조9969억원에서 30조7320억원으로 12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면 61.7% 증가한 수치다. 

 

끝없이 상승 곡선을 그리던 후판 가격의 하락 전망도 대우조선해양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이 사들인 원재료의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톤(t)당    108만5091원에서 118만2283원으로 t당 10만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후판에 들어가는 철광석 가격이 대폭 뛰면서 후판의 가격도 덩달아 오른 셈이다. 

 

하지만 끝없이 오르는 후판 가격의 상승세도 안정되는 모양새다. 후판 가격이 상승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 폭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2년 전 t당 67만7647원에 사들였던 후판 가격은 1년 뒤 100만원을 넘기며 40만원 가량 증가했다. 올해도 10만원 넘게 후판 가격이 올랐지만 상승 폭은 4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둔화된 셈이다.

 

후판 가격의 상승 폭이 둔화된 것은 후판에 사용되는 철광석 가격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t당 26만원을 웃돌았던 철광석 가격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직 후판 가격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보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후판 가격의 상승 폭도 둔화된 만큼 향후 조선업계의 수익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판은 배를 만들 때 들어가는 6mm 이상 두께의 철판이다. 선박을 건조할 때 투입되는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21일과 28일, 2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파업했다. 노조는 ▲기본급 6.4% 인상 ▲격려금 지급 ▲자기 계발 수당 지급 ▲국민연금제와 연동해 정년 연장을 요구했다. 아직 사측은 침묵하고 있다. 수주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임금 인상안이 관철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선박을 인도하는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을 인도해야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구조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노조 파업까지 겹치면 마음이 급해진다”면서 “과거만큼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다고 해도 일정 부분 생산 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