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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워커 금융' 포문 연 국민은행...은행권 전체로 확산될까

국민, 4대 은행 최초 대리기사 전용 대출 상품 출시
기존 소극적 행보와 비교...긱 워커 '300만 시대' 겨냥

 

[FETV=권지현 기자] KB국민은행이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선보이면서 '긱 워커'(Gig Worker) 금융이 은행권 새 수익원이 될지 주목된다. 올해 국내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약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긱 워커'는 고용주가 필요할 때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재즈 공연에서, 현지에서 임시 연주자들을 충원해 즉흥 연주를 하는 걸 뜻하던 '긱'(gig)에서 유래됐다. 플랫폼을 활용해 대리운전, 배달, 퀵서비스, 택배 배송부터 가사 청소, 가사 돌봄, 웹툰 작가까지 전일·시간제, 정기·비정기적으로 근무하는 노동자 혹은 'N잡러' 등이 모두 긱 워커에 해당한다.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긱 워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티맵(TMAP)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마이너스 통장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금리는 출시일 기준 최저 7.63%, 한도는 최대 300만원이다. 근무실적 상위 15% 대리기사에게는 연 2%포인트 이자를 6개월간 지원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긱 워커 전용 대출 상품을 선보인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그간 국내 대형 은행들이 내놓은 긱 워커 관련 상품은 플랫폼 노동자의 다음 달 급여를 '담보'로 이번 달 일정 금액을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앞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월 급여의 70%, 주급·일급의 60% 한도에서 급여를 선지급했다. 통상적인 대출 상품이 아니기에 기간은 1개월로 짧았으며, 급여일에 급여가 입금되면 해당 금액은 자동으로 상환됐다. 이 담보 상품마저도 현재는 보기 힘들다. 해외의 경우 은행·보험 등 정통 금융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긱 근로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은행이 대형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통해 긱 워커 금융의 포문을 연 데는 '시장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전에는 은행들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긱 워커 금융에 소극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성장성을 감안, 충분히 '돈이 된다'는 인식으로 판이 바뀐 것이다. 앱 사용에 적극적인 긱 워커들을 적극 포용해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창조, 선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긱 워커 수는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 실태'에 따르면 앱이나 웹사이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일거리를 얻고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220만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전체 취업자(만 15~69세)의 8.5%에 해당한다. 시장은 올해 긱 근로자가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늘날 가장 흔한 노동 형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긱 워커들이 만들어내는 '긱 이코노미'도 크게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노동 산업은 2017년 기준 약 820억달러(한화 약115조원)로 1년 전보다 65% 급증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모바일 상거래 시장 등을 바탕으로 긱 경제의 확산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도 이를 인지, 긱 금융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벌써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비상금 대출을 시작으로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전용 급여통장과 체크카드, 케어(Care)보험과 리브모바일 전용 요금제까지 패키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형 시중은행 중 신한·하나·우리은행은 아직까지 긱 워커 전용 상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첫 발을 뗀 만큼 해당 상품을 머지않아 내놓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인터넷은행 중에선 케이뱅크가 최근 '사람인 긱'과 손잡고 '사람인긱 챌린지박스'를 선보였다. 케이뱅크의 챌린지박스를 통해 목돈 모으기를 시작한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현금을 지원한다. 이벤트 성격이지만 대규모 고객을 확보한 긱 플랫폼과 손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긱 워커 금융의 경우 이전에는 성장 추이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긱 워커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며 "일단 소액 대출, 이벤트나 연계 상품으로 시작하겠지만, 적지 않은 긱 근로자 수를 생각하면 결국 긱 금융도 조금씩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