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그룹사 간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으로 그룹의 글로벌과 자본시장 역량도 선진 금융사의 수준으로 끌어 올립시다.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글로벌, 대면과 비대면 등 균형 잡힌 비지니스 폴트폴리오를 통해 '확고한 대한민국 1위' 초격차의 종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합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지난 9월 그룹 창립 21주년 기념사 중)
신한금융그룹이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글로벌'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취임 이후 해외 사업을 강조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의지가 6년 만에 결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9월 말 기준 4조3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익을 넘어선 것으로, 국내 금융그룹 최고 수준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신한금융의 글로벌 성적이다. 신한금융은 9월 말 글로벌 부문에서 431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체 그룹 순익의 10%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금융그룹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9개월 만에 4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2888억원)과 비교해선 49.2%(1422억원) 급증했다. 같은 시기 글로벌 자산은 48조2530억원에서 63조4610억원으로 31.5%(15조2080억원) 불었다.
신한금융이 올해 주목할 만한 글로벌 실적을 낸 것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주요 해외 사업지인 베트남, 일본 등에서 선방한 덕분이었다. 현재 신한은행은 이들 지역 외에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10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 미얀마 등에 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사를 통해 베트남 한 곳에서만 1600억원이 넘는 분기순익을 달성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 9월 말 1447억원의 분기순익을 기록, 1년 전(889.2억원)보다 62.7%(557.8억원) 더 거뒀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 국외 점포에서 순익 36%를 차지하는 곳으로, 1500억원에 육박한 분기순익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현지법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는 165.6억원을 기록, 1년 전(29.2억원)보다 462.4%(136.4억원) 급성장했다.
이외 SBJ은행은 849.2억원으로 1년 전(633.8억원)보다 34%(215.4억원) 늘었으며,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는 343.7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152.1억원)보다 126%(191.6억원) 성장했다. 특히 신한카드는 미얀마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의 순손실 규모를 작년 85억원에서 올해 7.4억원으로 10분의 1 이상 대폭 줄였다. '아시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사업에 있어 '약한 고리'로 꼽혀왔던 미국 현지법인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올 9월 말 59억원의 순익을 달성, 1년 전(17.3억원)보다 241%(41.7억원) 늘었다.
![조용병(왼쪽 여섯번째)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하노이 개소식'에서 주요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 9월 말 베트남에서 1600억원이 넘는 분기순익을 달성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147/art_16689946379099_19587d.jpg)
그간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은 외국기업을 향한 까다로운 규제와 시선 탓에 국내 금융그룹에 있어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시장이었다. 조용병 회장의 '글로벌 고집'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7년 취임 당시 조 회장이 가장 큰 목소리로 공언했던 것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었다. 한국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 신한을 아시아의 리딩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다짐이었다. 이후 조 회장은 신한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해 왔다.
조 회장은 자신이 미국 뉴욕지점장과 글로벌 담당을 거친 국제통이다. 이 시기 그룹의 성장을 위해선 해외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신념을 세운 덕에 글로벌 금융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평가다.
특히 신한은행장이던 2015년, 인도네시아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 지분 40%를 인수하고 2016년 센트라타마내셔널 은행을 인수해 현재의 신한인도네시아 은행을 탄생시킨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국내 처음으로 해외에서 2개의 은행을 인수해 합병시킨 사례였다.
2019년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의 글로벌 사업부문제를 신설하고 기존 상업투자은행(CIB)을 글로벌 투자은행(GIB) 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GIB그룹은 지난해 1조3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처음으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룹 회장 취임 당시 한 글로벌 공략 약속이 약 6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견고한 성적으로 돌아와 올 3분기 신한금융이 리딩금융으로 올라서는 데 큰 몫을 한 셈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장기간 축적된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