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145/art_1668142442513_6d2cc8.jpg)
[FETV=권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난 4월 전후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으며,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현재 고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7% 올라 시장 예상치(7.9%)를 밑돌았다.
이 총재는 주요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한은의 전망은 체계적인 오차를 나타냈다고 시인했다.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상승한 점과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됨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는 전체 수입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했지만 에너지 수입가격 책정이 주로 미달러화로 이뤄지므로 원화가치 절하가 에너지 가격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도록 해 인플레이션 지속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당면한 정책적 이슈로 금융안정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런 자금흐름을 비은행 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fragmentation) 위험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인 도전과제이자 장기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확대로 인한 혜택으로 한국 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여유는 없다"며 "한국 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