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손보사 ‘빅4’, 사상 최대 순익에도 ‘웃음’ 대신 ‘침묵’

 

[FETV=장기영 기자] 국내 4대 대형 손해보험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나란히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을 비롯한 3개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이미 기존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그러나 당장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실손의료보험료는 올려야 하는 손보사들은 미소를 감춘 채 자세를 낮추고 있다.

 

1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3분기(1~9월) 합산 당기순이익은 2조8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3248억원에 비해 5246억원(22.6%) 증가했다.

 

이 기간 4개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해 모두 역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화재를 제외한 3개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4분기를 남겨 놓고 기존 연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대형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이 같이 증가한 데에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4개 손보사의 올해 1~3분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5%로 전년 동기 78.9%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해 상반기(1~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차량 이동량 감소 등으로 손해율이 하락했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올해 1분기(1~3월) 손해율 악화의 주범이었던 백내장 수술 보험금 과잉 청구가 감소하면서 손해율이 안정화됐다.

 

회사별로 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조222억원에서 1조326억원으로 104억원(1%) 증가했다. 이는 역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연간 사상 최대인 지난당기순이익 1조92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삼성화재는 지난해 1분기 일회성 수익인 삼성전자 특별배당금 1401억원 수령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2%에서 78.9%로 0.3%포인트,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88%에서 86%로 2%포인트 낮아졌다.

 

DB손보는 6455억원에서 8170억원으로 1715억원(26.6%), 현대해상은 3877억원에서 4785억원으로 908억원(23.4%) 증가했다. 두 회사는 각각 기존 역대 최대 연간 당기순이익인 지난해 7769억원, 2017년 4728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DB손보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DB손보가 77.9%에서 77.8%로 0.1%포인트, 현대해상이 79.5%에서 78.8%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DB손보가 84.1%에서 81.5%로 2.6%포인트, 현대해상이 86.1%에서 85.1%로 1%포인트 낮아졌다.

 

DB손보 관계자는 “올해 3분기에는 백내장 수술 관련 손해액 감소와 실손보험 요율 인상 효과 등으로 장기보험 손해율이 개선됐다”며 “환헤지 이익 증가와 해외 사모펀드(PEF) 보유 현금 배당 등에 따라 투자영업이익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3분기는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손해율 상승했으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사업비율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KB손보도 올해 사옥 매각으로 대규모 일회성이 이익이 발생하면서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694억원에서 5213억원으로 2519억원(93.5%)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KB손보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해 210억원의 일회성이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는 사옥 매각으로 1570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커졌다.

 

K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사옥 매각이익 반영 등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당기순이익이 21.3% 증가해 견고한 이익 체력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사상 최대 이익을 남겼다는 점을 감추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당장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야 하는 데다, 실손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인하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 김일평 상무는 지난 10일 ‘2022년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수준과 관련된 질문에 “이번 주 검토에 착수해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수준을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사업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내부 검토와 보험개발원 요율 검증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인하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다른 대형 손보사들도 현재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같은 시기 보험료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폭은 올해 4월 인하 당시와 비슷한 평균 1.2~1.4% 수준으로 예상된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달 6일 당정협의회에서 취약계층 지원 방안과 관련해 “자동차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될 만큼 민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가 민생에 부담되지 않도록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성 정책위의장은 지난 9월 30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도 “고환율,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할 손보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 역시 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된 점을 들어 보험료 인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는 당정협의회 다음 날인 7일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보험은 교통량 증가, 하반기 계절적 요인, 원가 상승 등으로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 않다”면서도 “물가 상승 등 현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신(新)실손보험으로 불리는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에 따라 내년부터 보험료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장 곽승현 상무는 전날 설명회에서 실손보험 요율 협의와 관련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2~3세대 실손보험료 요율 조정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3세대 실손보험 요율 인상은 손해율 상승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세대 실손보험의 경과손해율은 107.5%로 전년 90.7%에 비해 16.8%포인트 상승했다.

 

곽 상무는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 최초 도입 이후 6년간 요율 동결 및 인하만 있어서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금융당국도 인지하고 있어서 최종 요율이 산출되면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